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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한권의책에서시작되었다'에 해당되는 글 2

  1. 2016.10.11 이미지 하나로 책 한 권 쓰는 바슐라르처럼요.
  2. 2016.10.07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 2

그땐 시 비평가가 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시집을 비평하는 것 말고 시 한 편에 대해서 몇백 장 쓰는 비평가 말이죠. 이미지 하나로 책 한 권 쓰는 바슐라르처럼요.

-정혜윤의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100쪽

 

김탁환 작가의 이야기 부분이다.

앞부분에 그의 대학 시절 이야기와 그때 접한 시 이야기가 나온다.

장정일 시를 열심히 읽고 노트를 사서 한쪽에는 시를, 다른 한쪽에는 느낌 한바닥을 적었다고.

 

편견이지만...

아무래도 글을 쓰는 입장(하지만 아무것도 없는)이다보니 '비평'에 대해서는 잘 모르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왜.. 그렇게 나오기까지 창작의 고통을 아니까, 비평가인 네가 뭘 안다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데.

네가 그렇게 해석한 게 맞아? 하는 그런 이미지.

말하자면 글을 쓰는 사람과 그걸 품평하는 사람의 대립과도 같은 적대적인 이미지.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문장처럼 시 한 편에 대해 몇 백 장이나 쓸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시에 대한 깊은 고찰 없이 나올 수 없는 분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이 인상 깊었다.

바슐라르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미지 하나로 책 한 권을 쓴 것도 대단해보인다.

(검색하니까 과학철학자이자 문학비평가라고 나온다.)

 

그와 같은... 혹은 비슷한 경험이라고 좀 우겨보자면...

시를 쓴 적이 있다.

내가 글을 끼적이고는 있지만 시는 학창 시절 이후에 몇 년에 한번 쓸까 말까 한 장르이다.

어렵기도 하거니와 늘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시로 표현하기에는 내 그릇이 작았다.

 

그 시는 2011년도에 우연히 쓰게 되었는데 배경은 이렇다.

모 근무지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나는 전공 때문에 사보(?) 같은 곳에 들어갈 원고를 부탁 받는다.

인턴의 위치에서 볼 때 부탁이 아닌 그저 명령이었지만 어쨌든 예쁘게 '부탁'으로 포장된 업무.

같은 처지에 있던 인턴은 산문을 쓰는듯 했다.

당시 열악한 환경에 대한 고통으로 인해 산문을 쓴다는 것은 거짓으로 포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건 백일장 트라우마(이전 포스팅 참고)로 내 자신이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별 수 없이 시 한 편 적어야겠다고 생각하여 고민 중에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

 

퇴근길이었고 그때는 겨울이었는데 아파트 담장에 붉은 장미가 피어 있었던 것이다.

자작시 '홍화'는 그렇게 탄생했다.(부끄러우니까 시는 비공개)

우연히 잡은 거였지만 몇 번의 퇴고 끝에 완성한 건 나름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걸 토대로 소설까지 쓰려고 했던 걸 보면.

(원하는 방향과 글의 방향이 맞지 않아서 결국 포기.)

 

곽재구의 '사평역에서'란 시가 있다.

슬프지만 뭔가 그 처연함을 따뜻하게 승화시킨 내용인데

이걸 임철우가 '사평역'이란 소설로 만든 것을 보고 멋지다고 감탄했다.

 

작가란 무엇이든 글로 쓸 수 있구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osted by 휘란

독서감상문은 '책 속 여행' 카테고리에 작성 중인데...

사실 책을 읽으면서 음미한다고 할까.

이 부분에서 드는 생각, 거기서 뻗어나가는 나의 경험, 기타 등등이 있는데

그걸 감상에 적자니, 너무 길어지는 것 같고, 그렇다고 sns을 이용하자니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책 수다 코너를 만들까 하다가 이 카테고리를 보고 여기를 활용하기로.

 

책 속의 한 줄을 가져다 수다 떠는 곳이라고 보면 되겠다.

(한 줄이 아닐 수도 있음)

 

 

"어떻게 하면 어른들이 좋아하는 시를 쓸 수 있는지 나는 다 알고 있었어요.

나는 나 자신이 카피라이터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게 짜깁기였죠.

'가을, 하늘, 창공' 이런 게 주어지면 미리 준비한 아무 상관 없는 시구들을 쓰고 거기에 가을의 이미지를 살짝 얹어주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어른들이 원하는 걸 간파했어요.

거기엔 학교 대표로 백일장 대회에 나가니 어른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도 강하게 작용했어요.

좋은 시구를 이미지만 살짝 바꾸면 정말 잘 썼다는 칭찬을 들었는데 속으로는 알고 있었죠.

'나는 가짜다. 나는 정말은 시인이 될 수 없다.' 고등학교 때는 그게 힘들었어요."

정혜윤의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51쪽

 

이 부분을 읽는데 정말 천재다!!!

뭐 그런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어른들이 좋아하는 시를 쓰는지 이미 학생 때 다 알았다는 거니까.

그래서 백일장 때 상을 휩쓸며 스타가 된 모습.

작가 정이현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바랐던 학생 때 모습이기도 했다.

나름 문학소녀였던 나는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글쎄, 끼적이던 건 거의 팬픽들이었고

당시 읽은 책이 뭔지 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독서일기소설(?)이라는 이상한 낙서들이었으니까.

백일장에 나가서 상 받는 게 꿈이기도 했는데...

이 책 구절 다음에 나오는 얘기처럼 실상 백일장의 산문 부분은 소설이나 다름 없었다.

 

같은 반에 있던 아이가 백일장에 나가 수상한 글을 보게 되었는데...

멀쩡한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시고 어려운 살림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도 나는 캔디처럼 늘 웃으면서

그리고 신데렐라처럼 잘 극복해서 지금은 넉넉해.... 그런 류의 글이 수상작이었다.

그때 들었던 백일장에 대한 환멸감이란.

 

-나의 학창 시절이 지금으로부터 좀 오래된 시점이라는 걸 밝혀야겠다.

어차피 관계자도 아니지만 혹시나 제대로 된 백일장이 있다면 이 글은 민폐가 될 수도 있으므로

양해를 부탁드린다.-

 

어쨌든 백일장으로는 나의 글쓰기 실력을 알 수 없다고 판단, 불신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일장의 그 위치는 무시할 수는 없으니

작가님이 퍽 부러울 수밖에.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 대단한 글쓰기 능력도 작가 내면을 들여다보면 가짜라는 자괴감이라니...

아주 조금이지만 공감할 수 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아니, 예술 분야에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이면 그걸 발산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 노래는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거고 따라서 가사도 내 마음대로다.

작곡 능력이라도 있나 싶지만...

잘 들어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멜로디 후렴구다.

아, 원곡은 이건데 이렇게 좀 바꿨구나.

그래서 나는 음악 분야는 엄두도 내지 않는다.

 

작문은?

음... 이건 내가 독서를 숨쉬듯이 해야 하는 것처럼...

하루라도 책을 안 읽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힌댔나 뭐랬나...그것에 가깝지만

책을 읽는 시간이 없다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글을 쓰지 않으면, 그게 뭐가 되든 적지 않으면 나는 이 순간순간들을 견딜 수 없다.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준 나의 신, 나의 하루에게 감사!!

 

이야기가 잠시 새었는데...(웃음)

이 구절에서 나의 경험들을 떠올렸고 정이현 작가의 '좋은 시구에서 이미지 바꾸기'라는 글쓰기 기법도 하나 배웠다.

 

*책 수다는 결론이 없을 수도 있다. 원래 수다나 잡담은 결론이 없는 게 매력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osted by 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