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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에 해당되는 글 3

  1. 2010.07.10 유득공편 - 책만 보는 바보
  2. 2010.07.10 박제가편 - 책만 보는 바보
  3. 2010.03.23 책의 유용성 - 책만 보는 바보
2010. 7. 10. 14:17

유득공편 - 책만 보는 바보 책 속 여행2010. 7. 10. 14:17



밥숟갈 크기는 입 벌릴 만큼
상추 잎 크기는 손 안에 맞춰
쌈장에다 생선회도 곁들여 얹고
부추에다 하얀 파도 섞어 싼 쌈이
오므린 모양새는 꽃봉오리요,
주름 잡힌 모양은 피지 않은 연꽃

손에 쥐어 있을 때는 주머니더니
입에 넣고 먹으려니 북 모양일세.
사근사근 맛있게도 씹히는 소리
침에 젖어 위 속에서 잘도 삭겠네.

(이 부분 배고플 때 읽으면 안된다..ㅜㅜ)




"유득공의 마음 속에는 우물 하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근심 걱정도 한 번 담갔다 하면 사뿐하게 걸러져 밝은 웃음으로 올라오게 하는 우물 말입니다."

정말 그의 가슴 속에는 근심 걱정을 담갔다 걸러내는 우물 하나가 있는 것일까.
심각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짝 들어 올리는 그의 우스갯소리는 그 우물에서 튕겨 올라온 시원한 물방울일까.
그 물방울이 우리에게도 튕겨져 시원하고 명랑한 기분에 온몸이 젖어 유쾌해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의 마음 속에 고인 물은 끝도 없이 깊고 결코 마르는 법이 없을 것이다.
나와 벗들의 근심 걱정을 수없이 담갔다 길어 올려도 조금도 마르는 법이 없이 늘 새롭고 싱그러우니 말이다.





"세상 가운데에 있다고 중국(中國)이면, 아침 해가 빛나게 떠오르는 우리는 동국(東國)이지요."

우리의 역사와 지리를 담아 놓은 그 책은, 유득공의 눈길과 마음을 끌 만했다.
한백겸은 조선의 역사와 지리가 적혀 있는, 나라 안팎의 문헌을 모두 살폈다.
(……)

"나도 내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무언가를 붙들고 싶습니다.
내가 끝까지 부여잡은 그것이, 후대 사람들에게 감동과 감탄뿐 아니라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글공부하는 조선의 선비들은, 단군이 세운 고조선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백성들 사이에서 떠도는 옛이야기쯔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기를 빌었던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가 허무맹랑하다 하여
단군 조선의 존재 자체를 통째로 무시하기도 하였다.

유득공의 생각은 달랐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이야기는 중국의 옛이야기에도 많이 나옵니다. 옛 중국에서 농업을 주관했다는 신, 복희(伏羲)와 신농(神農)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얼굴은 사람이고 몸은 뱀이라는 복희씨나, 얼굴은 소이고 몸은 사람이라는 신농씨가 실제로 있었겠습니까? 중국의 옛이야기는 트집 잡지 않고 넘어가면서, 왜 우리의 것은 하찮게 여기고 소홀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옛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옛사람들도 아직 이치를 따져 생각하는 것이 서툴렀을 뿐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생각한 것이나 바라는 바를 이야기에 담아 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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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휘란
2010. 7. 10. 14:04

박제가편 - 책만 보는 바보 책 속 여행2010. 7. 10. 14:04


"저는 제 후손들에게 이처럼 서러운 핏줄을 이어 가게 할 최초의 조상이 될 테지요.
제가 세상을 떠난다 하더라도 그들의 원망과 눈물과 한숨이 제 몸 위에, 제 이름 위에 덕지덕지 쌓여 짓누를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등골이 다 서늘해진답니다.
차라리 바람처럼 구름처럼, 이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혼자 훨훨 떠돌아다니고 싶습니다."

꿈틀거리는 짙은 눈썹 아래 옅은 녹색 눈동자는 꿈을 꾸는 듯 아련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파르르 떨리는 벗의 입 꼬리를 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날카로운 사금파리 하나가 내 마음을 긋고 간 듯, 그저 오래도록 가슴이 아팠을 뿐이다.






"운명이란 게 어디 별것인가요? 저는 나를 마음대로 하려 드는데, 나라고 저를 마음대로 못하겠습니까?
단단히 얽어매어 놓은 사슬 한 겹이라도 내 반드시 풀고 말 것입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보이지 않는 운명이 내 앞길을 가로막고, 주눅들게 한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때마다 내가 느낀 것은 두려움과 무기력감이었다.
적자와 서자의 구별이 엄격하여 우리 같은 사람은 낄 자리가 없고,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여 먹고살 방도를 찾아보려 하여도 양반의 핏줄이라 하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럴 때 한스러운 것은 어머니가 물려준 보잘 것 없는 핏줄이 아니라,
아버지가 물려준 이기적인 양반의 핏줄이었다.

우리를 쥐고 흔드는 운명의 손길은 사람 사는 세상 어디에고 우리가 낄 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
우리는 저마다 채워지지 않은 헛헛함으로 늘 마음이 떠돌고 했다.
하지만 그뿐, 한 번도 내가 그 운명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나라고 제깟 운명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겠느냐라니,
과연 박제가다운 말이었다.



박제가의 저러한 자신감과 배짱은 공통의 운명을 짊어진 채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벗들이 있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를 죄고 있는 운명을 완전히 벗어 던질 수 없다고 해도 좋다.
다함께 손잡고 운명이라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는 그 든든함이면 충분하였다.
서로의 손길이 닿아 있노라면 우리를 꽁꽁 동여맨 사슬 한 겹이라도 풀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느슨해진 가슴 속에 서늘한 바람 한 줄기 쯤은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박제가는 우리에게 그렇듯 서늘한 바람 같은 벗이었다.

:
Posted by 휘란
2010. 3. 23. 00:44

책의 유용성 - 책만 보는 바보 책 속 여행2010. 3. 23. 00:44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이덕무가 쓴 자서전 看書癡傳을 바탕으로 쓰인 글)






첫째, 굶주린 때에 책을 읽으면,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서 글귀가 잘 다가오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다.

둘째, 날씨가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떨리는 몸이 진정되고 추위를 잊을 수 있다.

셋째,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과 마음이 책에 집중하며서 천만 가지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넷째, 기침병을 앓을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가 목구멍의 걸림돌을 시원하게 뚫어 괴로운 기침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어쩌면 책을 읽으며 얻는 이 네 가지 이로움은, 나만이 느끼는, 나에게만 쓸모 있는 이로움인지 모른다.
누가 그때의 나처럼 그렇게 굶주릴 때, 추울 때, 괴로울 때, 아플 때 책을 읽으며 견디려 하겠는가.
그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쓸모가 있을지 몰라 써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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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