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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여행/장르소설 여행'에 해당되는 글 46

  1. 2012.02.22 십이국기 10 - 오노 후유미
  2. 2012.02.19 십이국기 9 - 오노 후유미
  3. 2012.02.15 십이국기 8 - 오노 후유미
  4. 2012.02.15 십이국기 7 - 오노 후유미
  5. 2012.02.12 십이국기 6 - 오노 후유미
  6. 2012.02.09 십이국기 5 - 오노 후유미


10권은 이름하여 흑기린 탈환 대작전!!!(응?)
라고 멋대로 붙여보면서 보았다.
타이키가 저쪽에서 많이 아픈 듯하여서..
빨리 데려왔으면 했지만..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사정이 있으니까 여러 모로 충돌하게 된다.

하지만 무사히 커서<-요기가 포인트?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12국이 협력이란 것도 시도해보고..
솔직히 여러 나라가 모처럼 있는데 협력하지 않는 건
좀 외로운 설정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협동 작전이 뭔가 굉장히 뿌듯했다.
이게 다 경왕의 힘이지! 음~>_<





"하늘에 있어서 왕은―, 저희들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요코는 별안간 생각했다.
―신의 정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만일 하늘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이 아니야. 실재하지 않는 하늘은 실수를 범하지 않지만, 만일 실재한다면 반드시 실수를 범하겠지."
리사이는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지만 하늘이 실재하지 않으면, 하늘이 사람을 구제하는 일도 있을 수 없어. 하늘이 사람을 구제할 수 있다면, 반드시 실수를 범해."
"그것은…… 어떤……?"
"사람은 스스로를 구제할 수밖에 없다는 그런 말이야, 리사이."


"신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그들의 사람됨을 보고서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판단이 틀렸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반수 같은 것, 토비 같은 것이라고요?"
코우칸은 요코를 본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는 반드시 권위를 내세웁니다. 그런 자에게 권위를 줄 수는 없겠지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둘째로, 그것을 입에 올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는 도가 무엇인지 이해할 리가 없고, 도를 모르는 자는 정치에 참여할 자격이 없습니다. 셋째로, 실상을 모르는 자에게는 비판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상을 알려고 하기에 앞서 억측으로 죄를 만들고, 그 죄를 근거로 타인을 재판하는 것을 의문으로 여기지 못하는 자는, 어떤 형태의 권한도 줄 수 없습니다. 이것이 넷째. 또한 다섯째, 그러한 자기의 어리석음과 부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자기 불우를 가볍게 남의 탓으로 돌려 탄핵하려는 자를 신임할 수는 없겠지요. 더구나 법에 어긋나고 도에 어긋나는 수단으로 그것을 완수하려고 하는 인물은 위험인물이라고 해야 합니다. 위험한 인물을 주상의 주위에 둘 수는 결단코 없습니다. 이것이 그들을 중용하지 않았던 이유의 여섯째입니다만, 틀린 부분이 있습니까?"

"저야말로 묻겠습니다. 보답을 받으면 도를 지킬 수 있지만, 보답이 없다면 그럴 수 없다. 그런 인간을 어찌 신용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결국 그 인물의 인간됨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자가 어떻게 행동하며 살고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늘 노출되어 있습니다. 반드시 누군가가 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신임할 수 있는 자라면, 기꺼이 그 행위를 보상합니다."

"결국 그런 것이겠지요. 자신의 행위가 자신의 처우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가치 있는 언동을 하면, 저와 같은 사람도 도와 주고 싶다고 여기고, 경우에 따라서는 하늘까지도 움직입니다. 주위가 보답을 해 주느냐 마느냐는 본인 하기 나름입니다.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불우를 원망하여 주상을 덮쳤어요. 이런 것은 '앙심'이라고 이쪽에서는 말합니다."
"…봉래에서도 그렇게 말해."
"앙심의 결과, 검을 휘두르는 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만한 이치가 있을 리 없습니다. ―이것 또한 본인의 언동이 보상받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실례입니다."



"그렇지만 리사이, ―저는 이미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아니오, 능력으로 말하자면 그 때가 훨씬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무력해졌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이미 무력함을 한탄하고, 무력하다는 것에 안주할 수 있을 정도로 어리지 않습니다."

"하늘에 의지해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도움을 기대해도 되는 사람은, 그에 소유되고 비호받는 자들뿐입니다. 대의 백성은 언제부터 하늘의 것이 되었습니까?"

"원래 스스로의 손으로 지탱할 수 있는 것을 우리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여기에서 대를 지탱할 수 없다면, 그것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 하나 할 수 없고,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대를 우리나라라고 부를 자격을 잃습니다."

"우리는 대의 백성입니다. 자진해서 대의 백성이고자 한다면, 대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을 방치한다면, 우리는 대를 잃고 맙니다……."


"…먼저 자기부터인 거야."
"응?"
운해를 바라보고 있던 로쿠타가 쳐다본다.
"먼저 자기 자신이 견실하게 서지 않으면 타인을 도울 수 없구나라고 생각해서."
"그렇지도 않아."
요코의 자조적인 말에, 로쿠타는 창문에 얼굴을 대면서 말한다.
"타인을 도움으로써 자신이 설 수 있다는 것도 있으니 말이야."
"그런 거야?"
"의외로 말이야."
"그런가……."



:
Posted by 휘란

목요일에 대출한 십이국기 9 ~11을 금, 토, 일 3일에 걸쳐 완독.
아직 완결이 되었다고 보기는 미묘하게 이야기가 끝나 있고,
검색해보니 12권 얘기도 있고 일본에서는 현재진행형으로 보인다.


9권의 내용은 대국 이야기.
그래, 잊고 있었는데 전반부에 나온 얘기로
요코와 같이 일본에서 온 흑기린 타이키. 아마도 두 번째 주인공.
안 그래도 왕을 맞이하여 내려간 이후 행방불명 되었단 얘기에 그 다음이 무지 궁금했는데
계속 다른 얘기가 나오다가 9권에야 겨우..
나왔지만 명식을 일으켜서 다시 본의 아니게 일본에 간 타이키.ㅠㅠ..

그리고 이쪽에서 시작되는 수색.




"…어쨌든 타인과 자신을 비교해도 소용 없습니다. 비교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타인으로의 평가와 자신의 내실이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을 비교하게 되니까요."


불안을 말로 하는 것은 어렵다. 굳이 말하자면 너무 월등한 것은 아주 나쁜 것과 사실은 똑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이었다. 돌출되어 있는 것은 똑같지만, 다만 돌출된 방향이 반대라는 것뿐이 아닐까. 매우 영악한 왕이 재앙을 초래하듯, 교소우도 또한 재앙을 초래하지는 않을까.



그리고 이제야 깨달았지만
십이국기에는 '사랑'이 없다. 아니, 있더라도 주제와 거리가 있어서
의미가 없다.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과 기린이 사랑을 한다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십이국기는 정치라던가, 국정이라던가, 왕의 도리라던가 등등 그런 걸 다루고 있으므로
확실히 사랑 얘기가 되면 곤란할 것 같다.
게다가 그걸 원천 봉쇄하듯이 작가가 십이국의 세계에서 결혼은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전에 잠깐 언급했고.. 아이조차 나무에서 난다는 설정이니까 뭐...-_-;;
그럼 성교는 없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야합에 대해서만 언급해서 자세한 건 알 수 없다.

:
Posted by 휘란


8권은 공국의 이야기로 열두 살짜리 여자애가
왕이 되겠다고 나온다는 설정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거의 단숨에 읽고 말았다.

왕의 자질이란 다른 게 아니라
이런 마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걸 보여주는 듯한 내용.

그녀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왕기가 있었기에 여러 모로 운명적으로도 일이 맞아떨어지는 것도 굉장했다.
신의 안배라는 게 이런 걸까.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8권 내용 자체가 그녀가 왕이 되는 걸로 끝날 거란 건
예상했지만
그 후의 이야기라던가, 좀더 얘기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왜 십이국기를 읽다 말았을까 하는 의문.
분명히 책을 읽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던져버렸다.
내 인생에 그래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대개는 퇴마록이나 왜란종결자 같은 무시무시한 내용일 때였다.
그저 책일 뿐이라도
그 비릿함과 속이 뒤틀리는 듯한 구역질. 공포. 등등의 이유로 읽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십이국기는 그런 내용이 아닐 뿐더러
뭔가 그때는 거슬리는 게 있었다. 짜증이 나서 그만둔 건 기억이 난다.
왜 그랬을까. 이렇게 재밌는데.(웃음)
하지만, 전반부는 좀 짜증났었는지도. 계속 비슷한 애기가 질리게 나오는구나. 했으니까.




"아가씨, 좋은 걸 가르쳐줄까?"
발을 멈추고 돌아보는 슈쇼우에게 리코우는 대범하게 웃었다.
"거짓말을 할 때에는 말을 적게 하는 편이 진짜 같아."


"거짓말은 많이 늘어 놓는 게 좋을 때도 있다는 얘기야."
""굉~장히 참고가 됐어요."


"견랑진군이라니, 들어본 적이 없어요."
"건방진 소리 하는 게 아냐. 황해에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이니까."
"신이라면 많이 있잖아요?"
"황해는 신에게서 버려진 곳이야. 거기에 일부러 내려와서 여행자들을 보살피는 분은 진군 밖에 없어."


"왜 요마 같은 게 있는 걸까. 내가 천제였다면 없애 버렸을 거예요."
간큐는 쓴웃음을 지었다.
"옥좌 다음에는 천제 자리까지? 너, 정말로 욕심이 많구나."
"필요한 일을 제대로 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이렇게 어린 내가 일일이 걱정해야 하잖아요."


"왕조의 존속을 위해서, 국토의 안녕을 위해서, 왕은 누군가의 피를 흘리도록 명령한다.
설령 왕 자신이 명하지 않아도 신하가 왕을 위해서 그걸 행하면 유혈의 책임은 왕에게 돌아가지.
어떤 의미로 무혈의 옥좌라는 것은 있을 수 없어."
슈쇼우는 나무 위의 그림자를 바라봤다.
"자신을 위해서 남의 피가 흐른다.―그게 옥좌라는 거야."


"서로 돕는다는 말은 최저한의 일을 할 수 있는 인간들끼리 모여야 의미를 갖는 거 아냐?
아가씨 기분은 잘 알겠지만, 능력 있는 인간이 능력 없는 인간을 일방적으로 돕기만 하는 건 서로 돕는다고 하지 않아. 애물단지를 싸안는다고 하지."


"요약하자면 그건 내가 나중에 곤란해지는 것이 싫으니까 지금 곤란해하는 사람을 내버려 둔다는 말이 되지 않니?"
"그런 얘기가 되지만…. 하지만 눈 앞에 있는 곤란한 사람을 내버려 두는 짓이 심한 일이라면,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나중에 곤란해질 걸 뻔히 알면서 무리하게 부탁하는 것도 똑같이 심한 짓이 아닐까요?"


"지금 몇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삼백만 명의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왕이 되면 단 한 명의 사람도 죽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
슈쇼우는 입을 다물었다.
"몇 명을 버리고라도 백성 전부를 구할지, 아니면 정에 휩쓸려서 몇 명을 돕고 국토를 망국의 황폐로 만들 건지, …그런 선택은 옥좌에 앉게 되면 수없이 하게 되는 거다, 슈쇼우."
"그건―."
"물론 나로서도 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게 괴롭지 않은 건 아니야. 혹시 나에게 지금 저 사람들을 도울 힘이 있었더라면 금방이라도 돌아가고말고. 하지만 나로서는 그럴 힘이 없어. 이제는 이미 저들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앞으로도 그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고서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으로 그 사람들의 한을 갚을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런 것…."
이래서는 황주와 아무런 차이가 없지 않은가. 결국 누군가가 희생이 되는 사이에 조금이라도 도망친다. ―하지만 그 외의 방법이 사람에게 있는 것일까.
"…난 정말 바보였어."
중얼거리는 소리는 질주하는 마차의 소리에 가려졌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돕는다. 그것은 강한 자의 의무이다. 하지만 이 황해에서 강한 자 따위는 없다. 그것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도와서 자신과 약자를 지킬 수 있는 세계에서의 이야기일 뿐, 강씨들 역시 황해 안에서 절대로 강자가 아닌 것이다.


"당신이 돌아갈 용기가 없다면 멋대로 하면 돼요. 나도 돌아가라고 안 할 테니까.
자신의 어리석음의 대가도 치를 줄 모르는 겁쟁이는 따라와줄 것 없어요. 그렇다고 나까지 겁쟁이로 만들지는 말아줘요."


:
Posted by 휘란

그리고 7권부터 드디어 안 읽은 부분!
7권은 정말 마음에 드는 내용이었다. 비록 전개상 좀 위기가 닥치고 그랬지만..
앞에 말한 세 소녀가 서로 접점을 가지기도 하고 함께하기도 하면서
한 쪽을 미워했다가 원망했다가
희망으로 삼았다가 원수로 대했다가.. 등등.

요코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일어선다!!




"아무리 자비로운 주인이 있어도, 눈이 닿지 않으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요코는 가볍게 한숨을 뱉고, 주저주저 엔호의 앞에 앉았다.
"실망하지 마십시오. 군주 한 사람으로는 나라를 다스릴 수 없습니다. 아무리 유능한 군주라도, 군주를 지탱하는 유능한 관리가 없으면 나라를 꾸려 나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탐관오리를 방치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법을 왜곡시켜서 처벌하면 법이 의의를 잃습니다.
그것은 탐관오리를 방치하는 것보다도 무거운 죄이지요. 서두르지 마십시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서로가 서 있는 거리만큼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거라고, 그렇게 말했어."


"가장 날 믿지 않는 사람은 나 자신이니까. 아무도 의심하지 않더라도 나 자신만은 내가 왕이 될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어. 의심이 심해서 도를 잃은 왕 역시 있었겠지…. 그러니까 설령 온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의심해도 너만은 날 믿어주지 않으면 안 돼."


"잊어버리고 싶은데도 잊어버릴 수 없는 기분 나쁜 일이 있어. 기뻐하고 싶은데도 기뻐할 수 없는 일이 있고. 난 그런 게 피곤해서 싫다구. 살아 있는 이상은 어떻게든 기분 좋게 살고 싶잖아?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싶은 거잖아. 하지만 쇼코우 같은 놈이 있는 한, 난 도저히 그렇게는 될 수 없어. 그러니까 어떻게든 하고 싶은 거야."


다치는 것이 두려우니까. 아픔이라는 것 자체에 무조건적으로 겁먹게 되어 버린다. 고통에서 도망치기 위해 참는다. 그렇게 참고만 있는 사이에,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정말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데도….


"참다 보면, 참지 않는 것이 두려워져. 지금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참는 것을 그만두면 더 심한 꼴을 당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괴로운 일이 사라진 건 아니잖아. 괴로우니까 자신은 불행한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거야. 지금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그럴 거야. 소중한 사람들이 죽게 되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해."
쇼우케이는 희미하게 쓴웃음을 지었다.
"죽는 쪽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라. 쇼코우 같은 녀석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죽임을 당할 만한 짓을 한 사람이 나쁘다고."
"그럴 수 있을지도…."
"사람은 말야, 누가 더 불행한지 경쟁을 해 버리는 거야. 정말은 죽어 버린 사람이 가장 불쌍한데도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면 저버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자기가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건, 자기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분 좋은 일인지도 몰라. 스스로를 불쌍하게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정말로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들로부터 도망치면서…."


"하지만 왕이란 건 그런 거겠지. 모두가 멋대로 기대하고, 요코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려고도 하지 않고, 멋대로 실망하는 거야. 아냐?"


"예의라고 말하면 듣기에는 좋지만, 사람의 사이에 서열을 두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 남과 대치할 때에 상대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이 싫어. 나라의 예절이란 그 이유는 알겠지만 남에게 고두를 하게 시키는 것도, 고두를 하는 사람을 보는 것도 불쾌하다."
"주상, 기다려 주십시오!"
말을 멈추려는 재보를 무시하고, 왕은 제관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이후로 예전(禮典), 제전(祭典) 및 모든 의식에서, 타국에서의 빈객을 대할 때를 제외하고는 복례(伏禮)를 폐지하고 궤례, 입례(立禮)만으로 하겠다."
"주상-!"
재보의 제지에, 왕의 대답은 싸늘했다.
"이미 결정했어!"
"모욕당했다고 분노하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주상!"
"다른 이에게 억지로 고개를 숙이게 하고서, 그로써 스스로의 지위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는 자 따위, 난 염두에 두지 않아."
재보는 말이 막힌 채였고, 제관 역시 완전히 질려 입을 벌렸다.
"그런 자의 긍지 따위는 알 바 아냐. 그것보다는 남에게 고개를 숙일 때마다 무너져 가는 쪽이 문제라고 난 생각한다."
"하오나…."
"사람은 말야, 케이키…."
왕은 재보에게 말햇다.
"진심으로 상대에게 감사하며 마음으로부터 존경을 느꼈을 땐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지는 것이다. 예의라는 것은 마음속에 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지, 형식에 의해서 마음을 재기 위한 것은 아닐 거야. 예의라는 미명 아래 다른 이에게 배례를 강요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머리 위에 발을 올리고 땅에 짓밟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하오나 그것에는 의미가…."
"무례함을 장려하겠다는 말이 아니야. 타인을 예로써 대한다. 그건 당연한 일이고, 그것을 지키건 지키지 않건 본인의 품성 문제일뿐이지 그 이상의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그것은 그렇습니다만…."
"나는 경의 백성들 누구나가 왕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내뱉는 말은 또렷했다.
"지위로 예의를 강요하며, 남을 짓밟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자의 말로는 쇼코우의 예를 볼 것까지도 없이 명확하겠지. 그리고 또한 짓밟히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도달하는 곳 역시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의 노예도 아니야. 그런 것을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냐. 타인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굴복하지 않는 마음, 불행을 만나도 좌절하지 않는 마음, 부정이 있으면 바로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짐승 앞에서 아첨하지 않는, ―난 경의 백성들이 그런 불굴의 정신을 가져 주기를 바라. 자기 자신이라는 영토를 다스리는 유일무이한 군주로. 그러기 위해 우선, 남 앞에서 의연하게 고개를 드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다."
그렇게 말하며 왕은 제관을 둘러보았다.
"제관은 나에게 경을 어떻게 이끌고 가겠느냐고 물었다. 이것으로 대답이 되었을까?"
제관의 대답은 없었다. 시선만이 왕을 향한다.
"그 증거로써 복례를 폐지한다. 이것을 초칙으로 하겠다."

:
Posted by 휘란


6권도.. 한 번 읽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어디까지 읽은 거야, 나..=ㅁ=;;

5권은 외전, 6권은 다시 본편이다.
세 명의 여자들이 나온다.
한 명은 평범한 일본 소녀가 그만 식에 의해 저편으로 날아가 고생하는 것.
한 명은 방국의 공주로, 공주의 신분이었으나 그의 부친인 왕의 폭정으로 그 신분을 잃고 고생하는 것.
나머지 한 명이 내가 좋아하는 요코..(주인공)
요코는 위 두 사람을 섞어놓은 듯한 설정으로 평범한 일본 소녀였으나
원래 왕의 신분으로 기린을 만나 경국의 여왕이 된다.
하지만 그 과정과 앞날이 험난하다.



"살아간다는 것은 기쁨이 반, 슬픔이 반인 것입니다."
"네?"
"누군가가 행복한 것은 그 사람이 축복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고통을 잊으려는 노력, 행복해지려는 노력, 그것만이 진실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봉래의 소녀여…"



"사람이라는 건, 진실을 들으면 화를 내는 거니까."


"어쩔 수 없구나. 누나, 나보다도 더 애 같아."
"무슨 말이야?"
"누나는 누나 자신이 좋아?"
스즈의 눈이 크게 열렸다.
"……?!"
"아니면 자기 자신이 싫다고 생각해?"
"그다지 좋지는 않아."
이렇게 비참한 자신 따위.
"그럼, 다른 사람이 누나를 싫어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차피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너그러운 동물이니까."
스즈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런 자신까지도 좋아할 수 없는 인간을, 다른 사람보고 좋아해 달라는 건 엄청 뻔뻔스러운 거 아냐?"
"그런 의미로…"
스즈는 당황하며 말을 고쳤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냐…. 물론 나는 내 자신이 좋아. 그건 당연한 거잖아.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말해 주지 않는 걸. 아무도 좋아해 주지 않는 게 싫다는 그런 의미야."
"그래서? 그럼 좋아해 주지 않는 상대가 나쁜 거야? 그러니까 태도를 바꿔서 날 좋아해 달라고? 그건 더 뻔뻔스럽잖아. 그러니까 미움받는 거야. 이상, 끝."

"나 그런 거 싫어. 남들보다 더 불행한 구석을 찾아서, 전부 그것 때문이라고 단정짓고서 속없이 지내는 거."

"바보 같아, 누난 그저 남들보다 불행한 걸 자랑하려는 것뿐이잖아. 그다지 불행하지 않아도, 억지로 불행한 걸로 생각해 버려, 그런 인간은…."
"너무해, 너무해! 왜 내가 그런 소리까지 들어야 해? 난 이렇게나 괴로운데!!"
세이슈는 고개를 갸웃했다.
"괴로운 일이 있으면 잘난 거야? 괴로운 일이 있고, 그걸 참고 있으면 훌륭한 거야? 나라면 괴롭지 않도록 노력할 거야. 그리고 해객이 아니면 괴롭지 않다는 거야? 누난 선인이고, 병도 걸리지 않고, 나이도 안 먹지? 병에 걸려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 앞에서, 지금처럼 말할 수 있어? 신선이라면 먹을 것에 곤란해 본 적도 없겠지. 지금이라도 굶어죽게 생긴 사람 앞에서, 누나가 제일 불행하다고 말할 수 있어?"


"정말로 고통스러우면, 사람은 거기서 도망쳐 나오기 위해서 필사적이 돼. 그렇게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건, 누나, 정말은 빠져 나오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거야."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 죽을 각오로 덤벼들어서 열심히 해도 어떻게 안 되는 일이야?"
"그건…."
"그럼 얘기는 간단해. 누난 죽을 각오가 될 만큼 괴롭지 않았던 거야. 멋대로 비탄에 빠져 있는 녀석한테 동정해 주는 사람은 없어. 모두들 자기가 살아가는 데에 열심이니까. 나도 힘든데 옆에서 동정해 달라고 말하는 녀석이 있으면 싫어지는 게 당연하잖아?"


"응. 그 때 생각했어. 아아, 사람이 우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구나 하고. 자기가 불쌍해서 우는 것하고, 슬퍼서 우는 것. 자기가 불쌍해서 우는 눈물은 말야, 어린애가 흘리는 눈물이야. 누가 뭘 좀 어떻게 해 줘 하면서 우는 거니까. 아빠도 엄마도, 옆집 아줌마라도 좋으니까 도와 줘요 하면서."
스즈는 가만히 세이슈의 얼굴을 보았다.
"아이는 그것밖에 자기 몸을 지킬 방법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어린애의 눈물인 거야."


"그런 것쯤은 알고 있어."
"뭐랄까, 쇼우케이는 알고 있을 뿐이구나."
쇼우케이는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야, 그건?"
"지식으로서 알고 있을 뿐, 실제로는 그게 정말로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미안하지만."


"몇 번이고 말하는 거지만, 그런 차림은 누구나 하고 있는 거야. 공주님 출신이라는 건 불편하구나."
"불편?"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없으면 불편하겠지. 사치스러운 옷에 익숙해서야, 이런 차림은 심한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비단 옷을 입고 싶겠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쇼우케이뿐만이 아냐."
"그건…."
"여자라면 누구나 예쁜 비단옷을 입고 싶겠지. 예쁘게 꾸미고 살고 싶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 아닐까. 여왕이나 왕후, 공주 같은 생활을 하고 싶다, 분명히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누구나 공주가 될 수는 없는 거니가, 어쩔 수 없어."
"그래 그런데 말야, 너도 이미 공주가 아냐."

"아무도 노력도 없이 주어진 것은, 실은 그 물건의 가치만큼 자신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 있었던 거야. 넌 그걸 몰랐지. 그러니까 미움받는 거야."

"책임을 이루지 못하고서 손에 들어오는 것은 없어. 만약 있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거지. 잘못된 것들을 방패로 삼아도 누구 하나 인정해 주지 않아."


"하지만 모르는 것은 이제부터 공부하면 돼. 전혀 문제가 아냐."
쇼우케이는 발을 멈췄다.
"이제서야라고 생각 안 해?"
쇼우케이는 더 빨리 알았어야만 했다. 방에 대해서, 국가에 대해서, 다른 나라에 대해서, 왕에 대해서―공주에 대해서.
"방의 공주는 알았어야만 했던 것을 알지 못했으니까 벌을 받았어. 그건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이야. 후회해도 소용 없지. 하지만 쇼우케이의 인생은 막 시작했을 뿐이잖아. 굳이 말하자면 세 살 근처쯤이 아닐까? 서두를 것 없어."
"그렇게 생각해?"
"응. 세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있어. 공주의 인생은 이미 끝났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없어. 그럴 때는 깨끗하게 포기하고, 뭐가 나빴는지를 확실하게 기억해 두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럴까?"
"왕이나 공주는 불편하구나. 어쨌거나 한 번 옥좌를 잃으면 돌아킬 수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보통 백성은 편해. 죽지 않는 한, 돌이킬 수 없는 일 같은 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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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란

2012년 2월 7일
공부를 하다가 낮에 잠깐 살풋이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12국기'의 애니 내용을 보았다.
타이키(흑기린)가 왕을 결정하던 그 장면이.
그러고 보니
그 소설을 읽다 말았는데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더라~?

충동적으로 도서관에 가 책을 빌려왔다.



5권은 안국 연왕 쇼류와 그의 기린 로쿠타의 이야기.
쇼류와 로쿠타는 그 전에도 잠깐씩 등장하고 있어서 이 두 사람 얘기를 원했는데
거의 다 읽고 나서야 내가 5권까지 읽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중간에 그만둔 지 좀 되어서 몇 권까지 읽었는 줄 몰랐....;;;

쇼류왕 너무 좋아~~>_</




"난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상관없어. 잔소리라는 건 듣는 상대가 신경을 안 쓰면 아무 소용 없는 거니까."


"어차피 국가라고 하는 것은 백성의 혈세를 짜내서 유지되는 거 아냐.
사실을 말하자면 국가라는 것은 없는 쪽이 백성을 위한 거지만, 그렇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능숙하게 숨기는 게 유능한 관리의 재능이라는 거야."
"어처구니없는 왕이군."
"맞는 말이잖아? 백성은 왕 같은 건 없어도 살아가. 백성이 없으면 설 수 없는 것은 왕 쪽이지.
백성이 이마에 땀을 흘리며 수확한 것을 슬쩍 뺏어서 왕은 먹고 살지.
그 대신 백성 개개인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해준다."
"…그럴지도."
"결국 왕은 백성을 착취하고 죽이는 거야. 그러니까 가능한 한 은밀히, 최소한만 착취하고 죽이는 거지.
그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현제라고 불려. 하지만 절대로 죽이지 않을 수는 없지."


"하지만 사실이야. 어차피 결과가 마찬가지라면, 걱장하는 만큼 손해야."


"내 목이라면 줄 수 있어. 목쯤 떨어지는 것이 어떻단 말인가. 백성은 나의 몸이다. 백성이 죽는 것은 내 몸이 베어 나가는 것이다. 머리를 잃는 것보다 그쪽이 훨씬 고통스러워."


"백성이 없는 왕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나라를 부탁한다고 백성들이 맡겼기 때문에, 나는 왕으로 있을 수 있는 거다! 그 백성이 나라 같은 건 멸망해 버리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 거야!"



전부 쇼류의 말.^^





아,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애니 '십이국기'에 반해서였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번역본이다 보니 문체라던가 번역식이 좀 짜증나는 게 많았기 때문에
중도에 그만둔 것이다.
다시 읽는다면 일본 원서로 읽고 싶을 정도.
(일본어 공부를 그 전에 해야겠지만..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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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