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권은 그 동안과 다르게 단편 모음집.
첫 번째 이야기는 타이키의 옛날 대의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쇼우카가 있었던 방국의 현재 진행형 모습.
세 번째는 요코와 라크쥰의 서간.
이 서간이 새가 말하는 설정이란 게 재밌었다.
네 번째는 11권 제목이기도 한 화서의 꿈.
그리고 마지막이 주나라의 태자가 멸망 직전의 나라들을 방황하는 그런 이야기?
개인적으로 화서의 꿈 얘기는 좀 충격적.
"그러니까 나도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답니다. 그래도 천제가 계신다고 한다면, 내가 이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것쯤 다 알고 있지 않을까요."
타이키는 깜짝 놀라서 세이타쿠를 올려다보았다.
"농부인 내가 왕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하늘이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러니까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요.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거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물을 돌보듯 나라를 돌보면 되겠지]라고요."
"나라를 돌본다……."
"나무는 멋대로 자랍니다. 그런 식으로 나라도 멋대로 자라는 것이 아닐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무가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도울 뿐이랍니다. 잎이 시들어 있으면 물을 마시고 싶다는 신호지요. 그러니까 나는 물을 줍니다. 나라도 아마 그런 식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키워 주었으면 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천제는 농부인 나를 고른 것이 아닐까 하고요."
"그것뿐이 굉장히 크답니다. 밖이 아주 춥거나 임무에 지쳐 있거나 하면, 밭에 나오는 것이 귀찮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래서 열매가 떨어져 버리면 렌린이 실망하겠지]하고 생각하니까, 역시 힘껏 잘해 보자 하는 마음이 된답니다."
세이타쿠는 과수원의 나무들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나라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쁜 일의 조짐은 없는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돌보는 자의 임무니까요. 그리고 타이호는 나라를 지켜보고 있는 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내가 임무를 확실하게 다하고 있는지, 나쁜 일의 조짐은 없는지, 지켜보아 주고 있습니다. 지켜봐 주는 눈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있답니다."
"지켜본다……."
타이키는 그 말을 입 안에서 말해 보았다.
"저도… 그것만으로 괜찮은 걸까요? 그뿐인 일로?"
"그뿐인 일이 아닙니다. 보세요. 대복인 저 사람처럼 지켜보고 있을 뿐인 일이라도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라크쥰은 그런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닐 거야. 누구나 부당한 취급을 받으면, 생각하는 것은 많이 있을 거야. 인간이란 결국 맞으면 아프고, 간질이면 웃는 생물이니까. 그렇지 않은 인간은 없다고 생각해."
괴로운 일, 분한 일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라크쥰은 그것을 하나하나 말하여 타인의 동정을 구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것은 아니야, 절대로. 익숙하다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괴로운 것에 익숙해지는 인간은 역시 없다고 생각하니까. 물어 보면 [늘 있는 일이니까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아무렇지도 않을 리가 없어. 괴롭게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야. 괴로운 기분을 뛰어넘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
"그렇군요."
요코는 턱을 괸다.
"그런 것은… 굉장하다고 생각해."
요코는 교크요에게 웃는다.
"교크요도 그래. 나라에서 부당하게 쫓겨 나서 괴롭지 않은 백성은 없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좋은 기회니까 여러 학교를 보고 오자고 교크요는 그렇게 말을 할 수 있었어. 괴로운 것을 뛰어넘어서, 자신을 앞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해."
"저는 원래 낙천가니까요."
"후후~.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나는 교크요가 전향적인 것을 보면 굉장하다고 생각해. 라크쥰이 잘 하고 있다고 하면 [그렇구나, 그렇다면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돼. 정말로 순풍에 돛단 듯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며 가슴을 쭉 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잘 해야지, 힘내서 열심히 해야지] 하는 기분이 들어."
교크요는 미소를 짓는다.
"힘이 옮는 것이군요."
"그런 것 같아. 그러니까 전향적이 될 수 있는 거야. 분명히 관과는 잘 지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분쟁을 일으키고 있지도 않으니, 아직 최악의 상태와는 꽤 거리가 있지 하고 생각하게 돼. [괜찮아, 아직 괜찮아] 하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는 문제가 없어. 그러니까 괜찮다고 말하고, 그렇게 말하는 나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알 것 같습니다."
"아마 이것은 허세겠지만, 허세면 어때? 그렇다고 그렇게 행동하라는 강요로 무리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허세든 발돋움이든 기운차게 있고 싶으니까."
"그렇지요. 그렇지만 라크쥰 도노는 주상의 허세를 간파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후후~."
"그런다는 것 알고 있어. 서로가 그래. 그러니까 그것으로 된 거야."
"무슨 일인지 듣기 전에 고민하는 것은 헛수고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아, 응."
"이런 때일수록 허세로라도 어꺠를 쭉 펴고 계십시오."
"그렇지?"
"―책망과 비난은 변화가 아니다…라고."
"[책망과 비난을 하는 것은 쉽다. 그렇지만 그것은 무엇인가를 바로잡는 것은 아니다]라고요."
"어째서 어머니는 비난하는 것이 싫으세요?"
"그런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야, 비난을 하는 것뿐이라면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나는 시쇼우가 하고 있는 일에 의문을 느낍니다. [그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그러면 어떻게 하면 옳은가, 그것을 말해 줄 수가 없습니다."
"바로잡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요. [그쪽이 아니다, 이쪽이다]라고 말을 할 때 비로소 바로잡는 것이 되지 않아요?"
"나는 시쇼우가 하고 있는 것이 틀렸다고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내가 위화감을 느낄 뿐이에요. 위화감이 드는 이상, 협력을 할 수는 없지만, 이쪽이 옳다고 말해 줄 수도 없어요. 그러니 시쇼우를 비난할 자격도 없고, 할 마음도 없습니다. 그러니 세이키도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괜찮아요. 시쇼우 쪽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가서 협력해주세요."
"…저는 이제 와서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을 아주 조금 알 듯한 기분이 듭니다. 책망하는 것은 쉽습니다. 비난하는 것은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책망만 하고 바른 도를 가르쳐 줄 수 없다면 그것은 아무 것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바로잡는 것은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는 것이지만, 비난하는 것은 무언인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것은… 그것은, 우리가 무능했다는 말이야? 나나 시쇼우가 무능했다고?"
세이키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능력이 없다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제게도 할 수 없는 일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검을 사용하는 일 같은 것은 전혀 할 수 없습니다. 할 수 없는 것은 악이라고 말씀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사람에게는 적합, 부적합이 있으니까요."
"적합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조정을 다스리는 것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만큼의 능력이 없었다고?"
슈카는 내뱉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하늘은 그런 시쇼우에게 천명을 내리신 거야?"
"저는 천제가 아니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천제는 시쇼우님의 이상이 높고 진지한 점을 높이 평가하신 것이 아닐까요?"
"즉… 이상은 높았지만, 그것을 실현할 능력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로군."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뿐입니다."
"적합하지 않은 자가 국권을 잡는 것은 악이야. 분명히 사람이 무능한 것은 나쁜 일이 아니야. 그렇지만 왕이나 정치만은 그렇지 않아. 무능한 왕은 있어서는 안 돼!"
"세금은 가벼운 쪽이 좋다. 그것은 분명 틀림없이 이상이겠지요. 그렇지만 정말로 세금을 가볍게 하면, 백성을 윤택하게 할 수도 없게 됩니다. 무거우면 백성은 괴롭고, 가벼워도 백성은 괴롭습니다. 그것을 판별해서 충분하게 생각한 후에 내린 결론이야말로 답이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답을 찾은 적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책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도 자신도. 시쇼우가 남겨 준 말대로입니다. 답을 모르고 다만 책망만 해서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슈카는 쓰러져 울었다. 자신의 무능이 분하고,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어리석음이 한층 더 분했다. 몸둘 곳이 없을 정도로 괴롭고―백성에게 미안하다.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지금 여기에서, 정말로 불쌍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잊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 어깨에는 여전히 백성이 지워져 있습니다. 왕을 잃었을 뿐인 백성이."
나라가 기울어가고 있다는데도 주민들의 모습이 밝다. 이것은 나라가 위험한 상태라는 증거라고 리코우는 오랜 세월의 경험에서 알고 있었다.
백성은 언제나 자국이 기울기 시작하면 웃는다. 어딘지 불안한 듯이 하면서, 이야기를 하면 웃으면서 왕과 시정자의 험담을 한다. 그 경사가 심각해지면 백성은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우울해진다. 그리고 그것이 더욱 심각해져서 파탄이 가까워지면, 들떠서 묘하게 밝아지는 것이다. 순간적이며 향락적이 된다. 분위기에 심취하여 땅에 발이 닿지 않는다. 이 어딘지 병든 밝음에 균열이 생기고, 그와 동시에 나라는 한순간에 붕괴를 시작한다.
그 나라의 내실을 타국 사람이 아는 것은 어렵다. 실제로 나라가 황폐해지기 시작하면, 타국 사람에게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왕조가 기울기 시작하고 나쁜 여파가 축적되고 있는 동안에는, 그 뒤틀림은 거의 타국 사람의 눈에 띄는 일이 없다. 그러나 백성들은 뒤틀림을 알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피부로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백성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라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다. 알 수 있는 것이다.]라고 리코우는 이제까지 경험하고 있었다. 위태롭다는 소문이 다른 나라에까지 퍼지고 있는데도 그 왕도의 주민은 밝다. 이것은 이미 위험지역에 들어선 징후였다.
"법이라는 것은 세 가지 것이 맞물려서, 그래야 비로소 움직인다고 나는 생각해. 법으로 무엇인가를 금하면, 그것만으로 잘 움직이는 것이 아니야."
"금령이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성실하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조직이 필요하지. 이것이 없으면 법은 단순한 장식품이 돼. 또 하나는?"
"반대의 긍정이야. 교활한 관리의 전횡을 금지하는 법은, 그렇지 않은 유능한 관리를 칭찬하고 중요하는 제도와 함께하지 않으면 안 돼. 어느 하나가 빠져도 잘 되지는 않아."
"왕조가 하나 죽을 때마다 생각해. 보고 있으면, 좋든 싫든 생각해. [죽지 않는 왕조는 없구나]라고."
아마, 주도 안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숨이 막혀. 죽지 않는 왕조는 없다고, 나는 알고 있어. 영원한 왕조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어. 죽지 않는 왕조가 없다면, 반드시 언젠가 주도 멸망할 거야."
풍한은 창밖에 눈을 던진 채로 말했다.
"영원한 것은 없겠지."
그 말에 리코우는 실소했다.
"그래, 그런 거야. 모든 것은. 그렇게 알고 있는데도 어쩐지 나는 주의 죽음을 상상할 수 없어."
"당연하지. 자기가 죽을 때를 상상할 수 있는 녀석은 없어."
"그럴까? 나는 내가 죽을 때라면 상상할 수 있는데. 쓸데없는 사소한 분쟁에 휘말려서 목숨을 잃는다든지, 여기저기를 방랑하고 있는 동안에 요마에게 잡아 먹혀 버린다든지."
풍한은 웃으며 뒤돌아보았다.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것과, 그것 자체를 상상할 수 있는 것과는 별개잖아."
"…아아, 그럴지도."
리코우는 잠시 동안 상상을 해 보았다.
"그렇지만 역시 안 되겠는데. 가능성도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상상의 범주 안의 일은 일어나지 않아."
"그렇다면 괜찮지만……."
리코우는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 지초의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런 것은 대부분 대비가 되어 있어."
"그럴지도 모르지……."
"엄마가 하는 말이 정답이겠지. 물자를 보내는 것은 좋지 않아. 독립적인 마음을 꺾어 버리니까. 난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야. 우리가 원조를 해 주는 것은 그 점이야."
"…아아, 네."
"도와서 일으켜 세워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상대방이 서면 손을 놓아 줘야지. 공을 원조하는 것은 좋겠지. 국고를 도와서 공이 난민을 원조하기 쉽게 해주는 것에는 찬성이야. 그렇지만 베푸는 것은 공이어야만 해. 옆 나라가 도와주면 류의 백성들도 마음 든든할 것이고, 이후 갚아야 할 은혜라고도 느끼겠지. 그것은 주가 돕는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공이라면 언젠가 그 은혜를 갚을 수가 있지. 어쨌든 옆 나라니까. 주가 베풀면 은혜를 갚을 방도가 없어. 갚을 방도가 없는 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과 같아. 그것에 익숙해지면 난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꺾는 것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