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8. 00:48
하나하나 천천히 *공주님 일상*/대화가 필요해2010. 8. 18. 00:48
"또 방을 어지럽히고・・・・・・. 도망가고 있습니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당신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건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도망가는 거고. 도무지 반성의 기미가 안 보이는군요."
"그럼, ・・・・・・."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게 이번에 말한 '새 집'입니까? 마음에 드시나요?"
"응. 예쁘지? 이 관람차가 마음에 들어. 오른쪽 카테고리가 아닌 건 불편하지만."
"그래서 그걸 바꾸려고 낑낑대다가 또 시간낭비 했다는 말씀이군요."
움찔.
"기분이 참 이상해."
"・・・・・・."
"전에 썼던 집도 좋았어. 맨날 들락거렸지. 들어가면 그것만으로 편안해졌고.
난 거기에 안주할 수 있겠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
근데 여기로 옮기니까 거기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이 간사한 마음을 어찌해야 좋을까."
"딱히 어떻게 안 해도 됩니다. 둘 다 당신의 집이니까요."
"그렇긴 하지만・・・・・・."
답지 않게 말을 아끼는 기분이었다.
"어쩐지 내가 무지하게 냉정한 것 같았어. 아니, 냉정한 편이지만.
전의 집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새 집 생겼다고 헌신짝 버리듯이 간단히 버리고
새 집은 새 집대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낯설고・・・・・・,
자꾸 시행 착오에 부딪히고, 새 집이라고 조심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소중히 하고 싶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시겠습니까?"
"둘 다 잡으려고 하는 게 내 욕심인 거야?"
"별로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습니다만, 능력이 되지 않으면서 바라는 건 욕심이겠죠."
"・・・・・・."
"지금 그래도 바란다고 생각했죠?
당신은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생각했으면 실행을 하세요. 몸을 움직이시라구요. 자꾸 생각만 앞서나가지 말고."
"나는・・・・・・."
"자, 하나하나 천천히 하면 못 할 일은 아무 것도 없어요. 집 문제도 그렇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에 말씀하셨죠? [도망치는 건 돌아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고.
이제 돌아오셔야 될 시간이지 않습니까?
아직도 도망쳐야 될 '변명'이 있나요?"
그런 건
처음부터 있을 리가 없다.
"괜찮습니다. 하나씩 하면 돼요. 차근차근히 하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같이 시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