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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동백 궁에서..


#02..




남자는 예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보다 더 걱정인 게 있었다.
"좋아. 그럼 돈을 벌어 오면 되겠네."
"공주님, 잊고 계시는 것 같아서 거듭 말씀드리지만 '유배'가 아니라 '유폐'이옵니다. 이 두 가지의 차이점을 아셔야……."
"그럼 이대로 굶거나 얼어 죽으란 말이냐?!"
"그렇게는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예산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쉽게 말하면, 간당간당하게 만들어놓고 공주님께서 굴복하시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추측되옵니다."
"웃기는군."
기분이 퍽 상했는지 공주는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이 내가 굴할 거라고 보는가?"
"소신의 생각일 뿐이옵니다."
"돈 하나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감히 날 어쩐다 말이냐! 어차피 재물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 이 정도로……."
그런데 그 순간 공주의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남자는 풋! 하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공주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소야!!"
"예, 죄송합니다. 곧 식사를 대령하겠습니다."
"그런 게 아냐!!"
"네, 알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곧 식사 시간이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 게 아니라니까!!"
"네, 네."
공주는 화제를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이호는 어디 있지?"
"글쎄요. 또 경비다 뭐다 하면서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확실히 그건 쓸데없는 짓이네. 내가 찾아볼게."
공주가 방 밖으로 나가는 걸 소야가 말리려는데 동시에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어딜 가시는 겁니까."
"이호 너 찾으러 간다!"
밖에 나갈 필요가 없어진 공주가 조금 비꼬듯이 말했다.
그 말을 이해하는데 잠시 시간이 걸린 이호는 고개를 갸웃거린 뒤,
"제가 왔으니 됐지 않습니까. 무슨 볼 일이시라도……?"
"아니, 됐어."
"그럼 공주님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식사 준비를 해야 해서 이만 실례하지요."
소야가 그렇게 말하고 방에서 물러났다. 그가 가는 걸 확인한 후에야 이호가 공주 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공주님, 동백 궁의 경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헌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더군요."
"아, 혹시 날씨에 대해 투덜거리는 거라면 내게 말하지 마. 난 아무 것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여쭤보겠습니다. 왜 이 곳 라피스에서 동백 궁만 이렇게 한겨울인지!"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하는 듯 공주의 표정은 복잡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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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