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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24. 23:55

독서에 관한 수다 *공주님 일상*2016. 1. 24. 23:55

책모임 후기를 쓰면서 아무 생각 없이 나의 독서 방법을 적었다.

모든 책을 그렇게 읽는 것은 아니나 나는 책을 세 번 읽는 편이다.

물론 세 번 이상 읽는 책도 있다.

그러니 꼭 세 번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 숫자는 이미 어렸을 적의 내가 나에게 한 약속이다.


그 얘기를 하면 조금 웃기지만 말이다.

어렸을 때 세종대왕 위인전을 읽은 나는 그가 모든 책을 백 번 읽었다는 부분에서 깊게 감명을 받았다.

책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감히 세종대왕과 나 사이에 동질감마저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책을 그렇게 여러 번 읽고 싶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도 백 번은 쉽지 않아 보였다.(웃음)

그리하여 세 번 읽기로 정한 것이다.


처음 읽을 때는 아무래도 속독을 하게 된다. 뭐 궁금하거나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어도 그냥 지나가며 읽는다고나 할까. 

그래서 재독할 때는 정독이다. 이미 대강의 내용을 알고 있으니까 굳이 속도를 내어 읽을 필요도 없고, 처음 읽었을 때 놓친 부분을 읽게 되면서 여유롭게 읽는다. 아니, 오히려 더 천천히 읽고 싶어진다.

다 읽어버리면 읽을 게 없으니까. 아쉬우니까.

삼독할 때는 발췌독이거나 정독이다. 읽고 싶은 부분만 골라 읽는다. TV프로그램으로 치면 하이라이트 부분만 골라보는 것 같은 거랄까. 아니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이므로 정독이 된다.


재독하기 힘든 책이 있다. 바로 추리소설.

범인을 알면, 모를 때 보는 그 흥미진진함을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다.

그리고 추리소설은 이상하게 내게 힘든 분야였다.

아동문고 중에 추리소설이 있었는데 표지만 보고 무섭다고 안 봤으면 말 다 한 것이다.

그 책을 어른이 되어서야 읽었는데, 그렇게 무서워할 내용이 아니었다. 홈즈 시리즈에 비하면.


맨 처음 접한 추리소설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책을 아직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 사건'이었다.

사람 이름과 사는 곳을 알파벳에 맞추어 죽인다는 것이 기발하고 인상 깊은 내용이었다.

문제는 책을 다 읽고 나니까 책 뒤표지에 실린 컬러 삽화 표지가

하필이면 그 사건의 피해자들 시신이었다.

그림이었지만 숨을 쉬는 게 힘들어진 순간이었다. 공포로 덜덜 떨었고 그 날 잠은 제대로 설쳤다.


그리고 못 읽는 책은 '퇴마록'으로 유명한 이우혁의 소설.

학생 때 한창 퇴마록이 유행이었는데 역시 나는 무서워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화제가 계속 되면 호기심이 이기는 법이다.

퇴마록 시리즈 중에서 국내편이 그나마 제일 안 무섭다고 하여, 책방에서 빌렸지만 중간에 덮어버렸다.

이우혁 소설 중에 최고봉을 꼽으라면 '왜란종결자'

맨 앞에 세 페이지 읽고 구토증을 느껴 바로 덮었다.

퇴마록이 아니니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에서 비롯된 나의 무모한 도전이었다.


읽을 수 없는 책은 읽지 않는다.

못 읽은 책이라도 읽을 수 있게 되는 때는 오는 법이다.


만화 '명탐정 코난'에 빠지게 되자 홈즈 시리즈가 읽고 싶어졌다.

코난에는 다양한 추리소설이 소개되는데, 홈즈를 단연 1위로 꼽는 게 우스웠다.

내 취향으로는 홈즈파가 아닌 애거서파다.


이우혁 소설은 아직 도전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퇴마록은 직접 구입했다. 언젠가 읽기 위해서.

어디서 우연히, (인터넷이겠지만) 알게 되었는데 작가가 귀신을 무서워하는 아이였다나 뭐라나.

헐~ 그런데 그런 무서운 글을 쓰신 거?

하고 <-얘도 귀신 무서워서 공포 영화 같은 거 못 봄...;;

구입하게 된 것.

(좀더 직접적인 이유가 있지만 비밀에 붙인다.)


다시 책모임 이야기로 돌아오면

2013년에 가입한 이 책모임 가입 계기는 모 책에서 독서 방법 중 하나로 책모임에 참가할 것을 권했기 떄문이다.

그래서 2013년에 참가 4회, 2014년에 참가 10회, 2015년에 참가 10회...

(한 달에 두 번 열리므로 일년에 총 24회 책모임이 열리는데 절반을 못 간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은 가야지~ 했던 것 같은데 점점 참가하는 게 힘이 부치고 있었다.

떠오르는 한자성어는 용두사미.

초지일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변명과 합리화를 열심히 생각해냈다.(어이구)


우선 책모임 선정도서에 대한 것.

추천이나 투표로 결정되는데 거기서 '아, 나도 이거 읽고 싶었는데' 하는 책은 일년에 다섯 권이 채 못 된다.

물론 내게도 추천과 투표 권한이 있지만

어쨰서인지 내가 추천해놓고 나중에 내가 추천한 게 미안해지는 책들을 고르는 바람에...ㅠㅠ

그 뒤로는 추천 안 한다.<-

(그나마 추천해서 괜찮았던 책은 맨 처음에 추천한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있다.)


그렇게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리스트에 올려놓고 보면

그 다음은 시간 싸움이다.

책에는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하는 책과 읽기 싫은데 집에 있는 책이 있다.

그동안 나는 읽고 싶은 책 위주로 읽어왔다.

거기에 학교 숙제와 독후감, 전공 때문에 읽어야만 하는 책을 읽었다.

그러면 당연히 책모임 선정도서는 가장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분명히 모임까지 2주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면 책은 여전히 택배로 도착한 상태 그대로이고, 모임은 이틀 뒤다.


그렇게 책 읽기에 급급해서 참여한 모임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정말 다행히 내가 참여한 책모임에는 강연자(?)들이 많아서 한두 마디만 해도 되었다.

나중에 익숙해져서 이 얘기해야지~ 하지만 모임 끝나고보면 정작 듣기만 했던 적도 많았다.

그래도 상관 없었다.

그동안에는 책모임이란 걸 가져본 적이 없었고, 내 주변에 책 읽는 인간을 찾기가 모래 더미 속 바늘보다 더 찾기 힘들었으므로 세상에, 이렇게 책 읽는 사람이 많이 있구나! 동지 의식 같은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행복했다.

(책 읽는 걸로 뭔가 색안경 같은 시선을 받은 적도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책 읽으면 다 똑똑해야 함? 내가 시간이 남아 돌아서 책을 읽는 걸로 보임?)


원래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돼지의 눈에는 돼지가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인다.)

책을 읽으면 이상하게 현재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구절이 있었다.

마치 신탁처럼.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는 책을 읽고 싶을 때 읽는 게 아니라 책이 나를 '부른다'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날 눈에 들어오는 책을 보고, 음, 읽어볼까? 그러면서 읽게 되니까.

그리고 내 상황에 맞는 적절한 구절을 선물 받고.


그래서 불편해진 걸까?

부르지도 않은 책을 읽고 가야 하는 책모임이.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읽기 싫어도 꾸역꾸역 책 내용을 밀어넣고 어쨌든 그렇게 다 읽어서 뿌듯하게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 책을 다 읽은 사람이, 정확하게 기억 안 나는데... 별로 없었다.

나하고 다른 한 명? 그렇게 두 명 정도.

책을 꼭 다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나도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참석한 적 많고,

대개 다 읽은 사람이 많았고 못 읽은 사람이 한두 명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반대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날 모임 내용이 어떻게 되었냐면 책 내용 설명 반, 책 내용과 무관한 내용 반이었다.

솔직히 짜증났고 지금도 떠올리면 짜증나는 일이다.

좋아, 나도 다음부터 안 읽겠어! 이런 삐뚤어진 마음이 들 만큼.


'책 속의 한 줄'이라는 어플을 알게 된 뒤로는 더욱 회의감이 든다.

그 어플은 어플을 만든 회사 자체에서 매일 책 속의 한 줄...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책 구절을 보내준다.

그리고 사람들이 각자 알아서 자기가 읽은 책 구절을 쓸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읽은 책 속에서 특히 본인이 적고 싶은 좋은 구절이니 공감이 가는 문장들도 꽤 된다.

그러면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처럼 공감 버튼도 있고 본인 서재에 담을 수 있는 담기 버튼도 있고 

댓글을 쓸 수 있는 댓글 버튼도 있다.

처음 사용할 때는 사용법을 미처 다 몰라서 다른 사람이 쓴 책 구절을 보기만 했는데

내가 고른 책 구절을 저장해두고 싶어서 사용했더니 공감들을 '생각보다' 많이 해주었다.


이런 건 나 혼자 좋아할 것 같은 구절인데도 공감되어 있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았다.


물론 단순히 책 구절을 적어놓는 어플과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요즘 책모임의 성격이 학구적인 것보다 사교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그 성격 변화에 내가 한몫하는 것 같아서 더욱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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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