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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강. 반대편에 혼자 있기

-이응준, '레몬 트리'

 

 

이 작품은 검색을 했더니 영화가 나왔다. 뙇...

영화 줄거리를 보니까 원작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감독 이름과 소설가 이름이 같긴 한데...

책에서 소설 내용보다 다른 것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내 자신에 대한 혐오, 나를 닮은 것들에 대한 짜증. 짜증이란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 현재의 반복에서 출발한다. 낯설지 않은 감정이다. (199)

 

자기혐오와 짜증이 같이 가는 건

누구나 그런 것일까?

 

 

오히려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방금 미지 말 듣고 생각난 건데, 힘들었던 순간들 덕에 인간이 성장한다면 말이야, 그럼 고통이라는 거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원인이네?”

원동력이겠지.”

지원이가 끼어들었다.

그래, 원동력. 예전의 모습을 딛고 현재의 내가 있는 거라면 그때의 모습이 찌질했었다고 해서 모른 척할 일은 아니지 않아?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벗어나기 위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방황하던 그 시절이 오히려 가장 빛나는 순간일 수도 있지 않겠어?”

……, 그래서 지금 내가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거다?” (204)

 

선생님, 세상에는 아무렇지 않게 사는 것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아무 일도 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거, 아침이 되는 게 조마조마하지도 않고 오늘 마주할 일을 미리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삶 말이에요.”

, 물론 그렇죠. 저도 미래의 행복을 꿈꾸는 삶보다 현재의 불행을 없애는 삶이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순 아닌가요? 현재의 불행을 없애는 게 더 안정적이라면서요. 그럼 지금 누군가가 받고 있는 고통을 가지고, ‘그건 너를 단단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신의 선물이야. 그러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겨내 봐.’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녜요? 만약에 못 이겨 내면요? 그 사람이 그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그건 누가 책임져요?” (206)

 

위 두 이야기는 이어지기 때문에 같이 갖고 왔다.

고통이 원동력이 되니까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과 고통은 고통일 뿐 긍정적일 수 없다는 입장이랄까.

아픈 건 누구나 싫기 때문에

나는 후자의 입장에 공감한다.

물론 전자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현재'에서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그 순간에... 그건 원동력이고 빛나는 순간이고 너희는 청춘이니까... 견뎌라?

그냥 개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까?

 

많은 시간이 흘러, 노력도 하고 극복도 하고, 또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어떤 시기에 이르렀을 때에만 가능한 소리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작가, (자꾸 인용해서 죄송) 히라노 게이치로 씨가 한국에서 강연(?) 비슷한 토크를 하셨을 때 하신 말씀인데... 현재에 따라 과거가 달라진다는...

알 듯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을 하셨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아무리 부정해도 결코 달라지지 않는데 어떻게 달라지지?

 

즉 현재의 우리가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기였다.

고통스러운 일도 시간이 흐르면 조금은 무뎌진다. 무뎌지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일이 생기고 그 중에 좋은 일도 분명 있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예전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미화'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고통을 '극복'한 거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고통은 감각이고 감각인 이상 주관적이고 주관적이면 개개인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른데...

그걸 어떻게 일괄적으로 설명하려고 하고 예쁘게 포장하려고 하고...

고통은 그냥 고통이에요.

괴로운 것. 그걸 뛰어넘는 인간 승리? 그런 건 없다.

만약 그 사람이 이후에도 계속 고통 받는다면, 나중에 뭔가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계속 그 고통이 빛나는 것이고 원동력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8강. 빨간약 혹은 대일밴드

-김소진, '자전거 도둑'

 

이 단편은 읽은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교과서에 일부만 실린 것을 읽은 듯하다. 쿡...

왜 이렇게 새롭게 다가오나.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더구나 상처 받은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지요. 수정 학생의 말이 맞아요. 너무도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은 대개 너무 아파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외면하거나 도망칩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자기 마음이 어떠한지도 잘 모르게 되지요. 그렇게 아픈 상처를 그대로 두면 그것은 함정이 되고 맙니다. 자신의 행복을 가로막는 함정. (후략)” (230~231)

 

어떻게 보면 앞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이어지는 것일 수 있는데...

상처가 없는 사람은 상처가 있는 사람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까?

상처가 없으면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안되는 걸까?

과연

상처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머리 아프게 또 의문들만 던져본다.

 

어쨌든 상처가 있다고 해서 상처 받은 적 없는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도 그렇고...

상처가 없으니까 이해 못해... 가 아니라

이 책의 주인공처럼 그럼 난 빨간약이 되겠어. 하는 게 감동적이면서 슬펐다.

왜 제목이 빨간 약인지 알 수 있는 결말이지만...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아서 살짝 아쉬웠다.

선생님의 그 말을 듣고 난 다음에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 궁금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게-각 단편들 8편을 해설한 느낌이라- 읽을 수 있었는데

그 속에 또 다른 문제랄까, 비슷한 주제랄까...

질문을 계속 던지는 느낌이라서

솔직히 다 읽고도 좀 찜찜했다. 머리는 아프고.ㅠㅠ...

 

하지만 이미 읽은 단편이든 아직 안 읽은 단편이든 이 책을 보고 나서

꼭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구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어쩐지 그럴 수록 불타오르잖아?ㅋ

단편들을 다 찾아 읽고 다시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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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