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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맛있는 건 나중에 먹거든☆'에 해당되는 글 1

  1. 2014.07.31 왕자님의 고양이 - 타카나시 히요

7월 31일 완독.

 

 

5월부터 읽은 책들을 포스팅하지 못해서 이 밀린 것들을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거꾸로 가기로 결정.

그 중 앨리스노블 책들만큼은 순서대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나

이 '왕자님의 고양이'가 무척이나 훌륭해서 출발점으로 삼아도 나쁘지 않은 느낌.

 

이 앨리스노블이라는 출판사를 알게 된 건 6월 4일.

원래 다른 소설을 살 예정이었던 나는 모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 우연히 접하게 된 이 앨리스노블 책들 중에서 가장 끌리는 내용과 제목이었던 '감금'과 '포로'를 첫 구매하고

다음으로는 '금단 로맨스 동화'와 '새장 속의 왈츠'를 주문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때로부터 약 두 달 사이에 앨리스노블만 15권이 쌓여 있었다.

책장에 넣을 곳도 없는데.ㅠ_ㅠ

(덕분에 인터넷 서점 호갱인 플래티넘 유지 중)

 

그러고 보니, 앨리스노블은 (내가 구매한 것 중에서) 1권 빼고 다 19금인데...

뭐 포스팅에서 그렇고 그런 장면을 묘사할 것도 아니니 괜찮겠지?<-이런 식..-_-;;

나이 제한 등급은 소중한 것이다.

성실한 듯한 학창시절을 보낸 나도(만화책 모은 게 어디가 성실한 건지..;;) 그 등급에 무지해서

잘 모르고 '무엇'을 봤다가 쇼크로 구토와 입맛 없음의 육체적 고통과 함께

잔인한 세상의 일면을 알아버린 정신적 고통의 충격에 한참동안 시달려야 했다.

그러니 19세 미만인 분들은 이제 그만 퇴장.( _  _ )

 

 

 

 

'왕자님의 고양이'는 앨리스노블의 신작이다. 그것도 드씨와 묶어서 예약구매했다.

8월에 발매될 것처럼 써 있었는데 주문 즉시 왔다.

잠깐 곁다리 얘기를 하자면 앨리스노블은 초판한정 부록과 일반 부록이 들어 있는데

그 둘의 차이는 별로 없다.

일반 부록이 책 표지를 똑같이 타로 카드로 만든 것이고

초판한정 부록은 그 타로 카드 + OPP 북커버인데..

타로 카드는 책갈피로도 아주 좋지만 북커버는 책 소중히 간직하라는 건가? 하고 사용하려고 했다가

사이즈가 맞지 않다는 걸 알고 이거 대체 왜 주는 거지? 하는 의문에 휩싸였다.

타로 카드가 초판 부록인 줄 알았는데 그건 (우연인지 몰라도) 모든 책 속에 들어 있었고

꽤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만 작품 얘기를 해보자.

'왕자님의 고양이' 제목만으로 내용이 대충 상상이 되었다. 더구나 표지 그림에 여자애 목에 달린 방울을 본다면 별로 특별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인간화 된 건지 인간이 고양이화 된 건지는 흥미진진했다.

소제목 없이(소제목이 붙은 작품도 있다.) 각 1~8 숫자로만 구분되어 있는데

1은 프롤로그 역할로 두 사람..이라고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 명이니까..

두 사람의 현재 상태와 관계가 나타나고 넷째 왕자이자 작품의 남자주인공의 배경과 두 사람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느 나라의 왕자인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는데 왕자 이름이 '사뮤엘'이고

햐얀 고양이 역할인 여자주인공은 '릴'이라고 불렸다.

 

아, 이 이름들.

연주님 작품 팬이니까...

플라티나에서는 '사뮤엘'과 '릴'이 그런 관계였지만.. 여기서는 성별 역전이긴 해도 두 사람..

행복해지겠구나~~☆

(모든 해피엔딩은 할리퀸과 앨리스노블의 기본 조건인 것 같다.

그래서 수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화스러운 건지도.)

뭐, 그런 엉뚱한 생각을 혼자 했다.

 

하지만 사람을 '고양이'로 보는 건 아무리 봐도 이상한 일.

왕자의 정신병으로 치부하고 그의 소원대로 릴은 왕자님의 고양이로 인정하며 어디 깊은 별궁에

믿을 만한 아랫사람들과 둘을 살게 한다.

 

1의 마지막 대사는 8의 마지막 대사와 변용되어 겹치는데

그 굉장한 대미 장식에 기분 좋은 전율을 느꼈다.

재미를 위해 대사를 굳이 쓰진 않겠다.

 

2에서는 두 사람의 일상과 관계( . . )가 나타난 가운데 새로운 인물 등장 암시가 주어진다.

유랑 가극단이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는 것.

왕자는 거절하고, 이때 릴은 남자에 대한 공포증이 있음을 보여준다. 극단에 남자가 있어? 있으면 싫어.

뭔가 기억을 잃기 전에 무서운 일(아마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그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겪었으리라는 왕자 입장에서의 추측만 나오는데..

왕자도 남자잖아. 왜 왕자는 괜찮은 걸까?

더구나 매일 사랑도 없는 그 행위까지 하면서.

2의 끝에서는 두 사람이 첫 키스를 어떤 의미 없이 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치 그게 본능인 것처럼.

 

3에서는 갑자기 셋째 왕자가 등장하면서 왕자 나라의 정세를 보여준다.

전쟁 중 혹은 패망 직전.

나라가 망하면 왕족은 참형을 당하는 게 규칙인 듯하다.

즉 셋째 왕자의 목적은 나라가 망하기 전에 외국으로 망명하는 것인데, 그때의 위치를 보장 받지 못하는지 미모가 아름다운 동생을 데리고 가 '제물'로 삼고 싶은, 표면적으로는 동생을 참형에서 구한다는

무척 도덕적인 이유가 있어서 방문한 것이었다.

사뮤엘은 형의 제안을 거절하자 비위가 상한 셋째 왕자는 고양이 구경을 하고 싶다면서 릴이 있는 방에 난입. 예전 공포까지 더해진 릴은 무작정 도망.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지만 자신을 쫓아온 사뮤엘에게 돌아간다.

 

하늘 이야기도 계속 등장하는데 손에 닿을 수 없는 파란 하늘이 행복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두 사람의 손에는 닿지 않는다.

나중에 둘이 파랑새의 그림책 이야기를 나누면서, 파란색이 행복한지, 릴에게 파랑은 어울리지 않는다는지 라는 대화를 하는 걸로 봐서

두 사람의 행복은 일반적인 행복과는 조금 거리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순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4는 릴이 성(별궁)에 막 왔을 무렵의 이야기. 그러니까 과거편으로

폭풍우가 불던 어느 날 기억이 돌아온 릴의 발작 같은 모습에 사뮤엘은 만류를 계속하다 곁에 있어달라고 애원하고 그 불안을 못 이겼는지 릴의 방과 사뮤엘의 방 창문에 쇠창살이 설치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현재.

음유 시인이란 말을 배운 릴은 여자인 음유 시인만은 초청하길 사뮤엘에게 부탁하는데...

하지만 그는 여장을 한 남자 음유 시인이었고 어떤 노래에 릴이 무서워하는 반응을 보이자 그를 쫓아낸다.

중간 이야기는 조금 생략하고 4에서의 관계 부분은 5장이나 된다는 걸 적어둠.

(그런데 앨리스노블에서는 그게 일반적이거나 관계 부분이 꽤 메인스토리다.)

 

5의 시작은 다시 평온한 일상을 보여주지만 이미 두 사람 관계는 뭔가 변화하고 있음을 암시.

 

"공주. 아니, 릴."

"……뭐?"

"당신은 사뮤엘 님 앞에서만 말투가 달라지는군요."

 

음유 시인인 윌리의 등장으로 서서히 진실의 베일이 벗겨진다.

가령 이미 기억이 돌아온 릴의 정체라던가, 왕자 나라와 전쟁 중인 이웃나라의 상황.

왕자 몰래 윌리와 만나 고국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받아도 계속 거절하지만 가족들 이야기에 잠시 흔들리는 릴의 모습.

그리고 모든 걸 눈치챈 왕자가, 윌리가 숨어 있는 서재에서 마치 보란듯이 릴을 안는 것.

...

...이거 반전이 묘미가 있는 건데, 그걸 써도 되나?-_-;;;

 

 

뒷부분 내용 소개는 생략하고, 인상 깊은 구절들 적기.

 

아픔과 슬픔은 무척 닮았다. 둘 다 지나치게 크면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널 죽이고 싶어. 널 놓아주고 싶어. 널 놓아주지 않으면 죽이게 될 거야. 곁에 두면 죽이고 싶어져."

 

그때의 자신은 정말 이상했다. 생각하는 걸 멈춰 버리면, 시간의 흐름이 자신만 두고 가 버린다면, 세상이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린다면,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아, 내용과 상관은 없는데 좀 거슬리는 번역이 있었다.

다름 아닌 '곤색' 이거 일본어니까. 우리말은 '감색'이다.

그리고 오타도 하나 있었는데... (모 작품은 오타가 엄청 많아서 다 찾아둘 생각이다.)

 

작가 후기가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아주 적절하게 해준다.

 

주제가 독점, 속박, 집착의 사랑이라고 듣고-그래서 포로랑 감금도 그쪽 라인이구나!-(중략)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세계, 미친 관계. 그래도 본인들은 행복함.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모든 게 이대로 지속될 리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죠.

 

이 광기 어린 내용이 꽃밭과 정사로 뒤범벅되어서 상당히 정교하게 이야기가 맞물려 진행이 되고

절정에 이른 반전에서 주는 쾌감이 여운처럼 남아 무척 즐겁게 본 작품이다.

그 동안 가장 취향이었던 '감금', '포로' 세트를 이길 작품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왕자님의 고양이'가 내멋대로 순위에서 2위가 되었음.

 

드씨는 아직 듣지 못하고, 우선 재헌님 목소리 '자동더빙상상'하면서 작품 감상했는데..

아무래도 두 분이 나오는 게 아니라 다른 이야기인 듯 싶다.

원작에 충실한 드씨였으면 더욱 좋았겠지만..ㅠㅠ..

그러면 거기도 19금 딱지 붙여야겠지.(웃음)

 

괜찮아. 내겐 망상력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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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