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0. 09:49
소비에트 몽타주 - 이형식 책 속 여행2012. 3. 20. 09:49
영화가 수많은 편집에 의해 연결된 쇼트와 씬들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될 수 있으면 숨기려고 하는 것이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고전적인 영화 제작 방식이다. 영화에서 각 장면들을 잘라서 붙인 봉합의 자리가 될 수 있으면 표시가 나지 않도록 하여 관객이 영화적 세계에 몰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습적인 편집을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연결을 고의적으로 거부하는 제작 방식이 러시아의 몽타주 감독들에 의해서 시도되었다. 에이젠슈타인에 의하면 몽타주의 주요 개념은 "어떤 종류의 필름이라도 두 개를 연결시켜 놓으면 그 병치로부터 새로운 개념, 새로운 성질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에이젠슈타인에 앞서서 몽타주에 대한 실험과 이론을 세운 사람은 푸도프킨의 스승인 레프 쿨레쇼프였다. 그는 전통적인 연기 기술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적용되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유명한 실험을 하였다. 그는 이반 모쥬킨이라는 배우를 찍은 이미지 사이에다 스프 그릇, 소녀, 관에 담긴 여자의 이미지를 중간에 삽입했다. 이것을 본 관객들은 그 배우가 배고픔, 사랑, 그리고 슬픔을 너무나 잘 연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실제로 모쥬킨은 같은 표정을 한 모습이었다.
레프 쿨레쇼프의 이론을 발전시킨 푸도프킨은 개별적인 이미지를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아서 여황의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여겼던 반면, 에이젠슈타인은 이미지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연결시켜서 의미를 창출하기보다는 그 의미가 일정한 방향으로 나가기를 원했다. 즉, 두 개의 이미지가 합쳐질 때 그 두 개의 합이 나오기보다는 그것을 뛰어넘는 제 3의 의미가 창출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흔히 인용되는 예를 이용하자면 A와 B라는 이미지를 결합시켜 AB가 되기 보다는 C를 만들자는 것이 에이젠슈타인의 생각이었다. 이것은 정, 반이 충돌하여 합을 만들어내는 변증법적인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그는 또한 몽타주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상형문자가 합해져서 회의문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두 개의 묘사 가능한 것의 결합을 통해 시각적으로 묘사 불가능한 것을 재현하려 했다. 가령 물의 그림과 눈의 그림을 결합함으로써 '슬픔'의 의미를 표현하고, 문 그림 옆에 그린 귀의 그림은 '도청(盜聽)'을 뜻하는 식이다. 의미에 있어서 단일하고, 내용에 있어서 중립적인 묘사적인 쇼트를 연결시켜 지적인 콘텍스트※와 시리즈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가 구현하려 했던 몽타주의 개념이다.
에이젠슈타인의 몽타주 이론은 그의 대표작인 '전함 포템킨'에 잘 나타나 있다. 오뎃사 계단에서의 학살, 수병들의 반란, 포화,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서로 엎드렸다가 일어서서 포효하는 모습의 사자 석상의 이미지의 연결과 병치된다. 사실 수병들의 반란과 사자의 석상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 같지만 이들을 병치시킴으로써 잠자고 있던 사자가 분노로 인해 깨어 일어난 듯한 상징적인 의믜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이미지의 충돌을 통해 문학에서의 상징이 영화에서도 구현될 수 있기를 바랐다.
※콘텍스트: 문맥, 맥락
+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이탈리아에서 등장한 네오리얼리즘은 그 전에 있었던 극도로 인위적인 영화 제작 방식에 반발하여 비전문적은 배우의 기용, 로케이션 촬영, 인공 조명의 배제, 하나의 통일된 공간 안에서 대상물과 인물의 배치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려는 롱 쇼트와 롱 테이크 촬영법, 거친 다큐멘터리식 필름을 특징으로 한다.
해제: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고전적인 편집 기법에 반기를 들고 편집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자 했던 소비에트 몽타주의 기법을 소개하고 있는 글이다. 글쓴이는 1문단에서 몽타주의 주요 개념을 설명하면서 할리우드의 고전적 편집 기법과의 차이점을 부각한 후, 2문단에서 레프 클레쇼프의 실험을 예로 들어 편집에 의해 의미가 창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다음 대표적인 몽타주 이론가이자 영화감독인 에이젠슈타인의 이론과 기법을 설명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주제: 몽타주 이론의 주요 개념과 이를 적용한 영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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