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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책 읽는 당의 4월 선정도서이자
4월 16일이 세월호 3주기라서 읽기 시작.

 

많이 마음이 아플 것 같고
다시 봄이 올까?
그런 절망감이 좀 있는데... 그래도 제목이 그렇다고 하니까.

 

 

'슬픔은 나누면 줄어들고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근데 저는 그렇지 못한 거 같아요. 슬픔을 나누는데 어떻게 줄어들어요. 둘 다 슬프지. 그냥 둘 다 슬플 뿐이지. 그러니까 그냥 힘들어도 나만 힘들고 말지, 다른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50쪽)

 

단원고 학생이라고 안 밝히는 이유 중 또 하나가, 주변에 아예 남은 아니고 저희 도와주시는데 저를 모르는 분들 있잖아요. 누구냐고 물어보시면 말을 안 할 수도 없으니까 말씀드렸는데 제 손을 붙잡으시더니 "아이구 어떡해. 앞으로는 힘내고 어쩌고저쩌고 살아야 해" 이래요. 좋은 말씀이긴 한데 그게 너무 듣기가 싫은 거예요.
저는 아무 말도 안 듣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었거든요. 사고 이후에 너무 생각이 많아지고 스트레스 받으니까 생각할 건 생각하고 생각 안 할 건 생각하지 말자 그랬어요. 현재 하고 있는 생각에만 집중하고 다른 불필요한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런데 모르는 분들이 갑자기 말씀하시면 그게 안 되잖아요. 속에서 되게 복잡해요. 말 안 하면 그냥 편해요. 저한테 신경 안 쓰니까 밝히는 것보다 훨씬 편하죠.(62쪽)

 

영화 보면 소원 들어주는 거 있잖아요. 딱 하나 들어주겠다고 하면, 저는 그거 볼 때마다 왜 한 개만 바랄까, 세 개 네 개 백 개 아니고 왜. 그런데 이제 왜 하나만 말하는지 알게 됐어요. 너무 간절하니까. 딱 한번만이라도 이뤄졌으면 하는 거.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65쪽)

 

의심을 하면 안 되는데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현명한 토끼가 세 개의 굴을 파듯이, 하나하나 그 굴을 확인해보는 거예요.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인가. 이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게 맞나. 내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나.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괜히 말해봤자 미안하기도 하고. 이 이야기를 지금 꺼내도 되나, 아니면 나중에 해야 하나. 어려워요. 사람을 만나서 서로 배울 게 있어서 이야기를 하는 건지, 그냥 내가 힘들어서 이 이야기를 하는 건지 그것도 잘 판단해야 되고요.
슬픔을 통해 내가 무엇을 했고 그 일을 통해 어디까지 왔나... (77쪽)

 

'잘못을 했으니까 죽어야 마땅하다?' 그 사람이 아무리 죽을 짓을 했더라도 내가 이 사람을 죽여야 되겠다고 사인하는 게 너무 두려워서... 내 친구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인데 화가 안 났다면 거짓말이죠. 근데 '내가 화를 낸 후 그걸 감당할 수 있겠느냐' 생각했을 때, 아직은 아니다... 화를 내봤자 또다른 불의가 생기니까. 그걸 방지해야 할 사람들이 좀더 열심히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잘못을 뉘우치도록 도와주는 게 맞는 게 아닌가.
지금 나도 어른이 됐는데 이왕 어른이 된 거, 나 자신은 미워하더라도 모든 사람을, 모든 어른을 미워하진 말자. 어른이 되면 어떻게 행동할까. 책임감을 가져야지. 어른들이 못했던 걸 내가 해야지. 죄를 뉘우친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야죠. 보여주고 싶어요, 책임지는 모습.(87쪽)

 

사람이라는 게 너무 편한 데를 가게 되면은 해이해져요. 밑바닥으로 내려가고 거기서부터 차근차근 쌓아서 올라가야만 배울 게 더 많아요. 그래서 더 힘든 데를 간 거죠.(88쪽)

 

스무 살이 됐으니까 이제 뼈대는 만든 것 같아요. 거기다가 시멘트를 딱 바르고. 지금은 공사 중이에요, 흐흐. 안 좋은 생각은 장롱 아니면 금고 속에 넣어두고. 냉장고 안에는 여러가지 마음 보관해두고.
아직은 멀었어요. 근데 실패를 하더라도 일단 해보고 싶어요. 실패해도 그걸 발판 삼아 하나씩 하나씩... 넘어지는 법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이제 일어서는 법을 알아야죠. (88쪽)

 

우리가 그런 일을 겪었는데도 이렇게 취급받는 현실이 약간 비참하다고 해야 하나. 저희가 피해자인데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을 감싸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괜히 어른들이 밉고 그랬어요. 그냥 어른이 아니라 한국의 어른들이요. 무조건적으로 외국이 옳다는 건 아닌데 한국에선 10대, 20대 사람들에게 강요를 하고, 가끔씩은 좀 답답한 거 같아요. 평등하게 의견을 맞춰볼 수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이 일을 겪고 나라에 대해 좀 비판적이게 됐어요. (98쪽)

 

추모제 같은 데서 사람들이 촛불 들고 꽉 차 있는 모습 보면 되게 뭉클해요. 어떻게 보면 남의 일이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 위로를 하고 있구나, 함께 슬퍼하고 있구나 싶어서 감사하고. 저렇게 남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게 진정한 어른이지, 그런 생각도 들고. (99쪽)

 

단원고 나왔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그냥 모른 척 하는 게 제일 좋아요. 그런 얘기를 하면 눈빛이 변하는 사람이 있어요. 슬픈 눈빛으로. '아~' 이런 식으로. 그냥 아무렇지 않게 대하면 좋겠어요. 알지만 모른 척 넘어가는. 굳이 말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게 제일 좋지만... 근데 항상 상대방의 궁금증이 너무 많죠. (113쪽)

 

사람들한테 뭔가 행동을 해달라는 것은 솔직히 너무 바라는 거구요. 생각해보니 기억해달라고 한 것도 너무 바란 것 같더라고요. 왜냐면 저는 그 사고를 당한 당사자니까 그 날짜라든지 사건이 어떤 건지를 알고, 잊을 수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저희도 다른 사건을 기억 못하면서 저희 사건을 기억해달라고 하는 게 좀 이기적인 거 같아요. 그래서 대구지하철참사하고 천안함사건 날짜를 기억하려고 해요. 각자의 방식대로 기억하고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정도만.
그래도... 자기가 잘못한 거는 인정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잘못한 거를 안 밝히려고 급급하잖아요. 그게 뭔가, 나이를 먹을수록 심한 거 같아요. 쪽팔리기도 하고 또 욕먹을 게 무섭고 하니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를 놓치면 더 힘들어지잖아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말했으면 좋겠어요. (114쪽)

 

우린 잘못한 게 없는데, 오히려 피해자인데 피해자가 욕먹는 상황이고. 진실은 자기들이 잘못했으니까 말을 안 하겠죠. 정부는 계속 말 안할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진실만 밝혀지고 그것만 인정받으면 될 것 같아요. 지원 같은 건 별로 필요가 없는데...
전에는 사회문제에 전혀 신경을 안 썼어요. 요즘은 좀 달라졌어요.
위안부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국정교과서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역사를 왜 배우느냐고요? 유리한 건 다 넣고 불리한 건 다 빼는 거잖아요. 오빠 일 아니었다면 보고도 관심을 안 가졌을 것 같아요. 근데 대통령이 바뀐다고 달라질까요?(120쪽)

 

사람들이 "네가 부모님을 잘 챙겨야지" 그럴 때? 음... 그냥 흘려들어요. 속으로는 엄마아빠가 아파하면 내가 알아서 챙길 텐데 왜 저러지.
그러면서 겉으로는 내색 안 하고... 그냥... 네...
우리도 생각보다 많이 알고, 알아서 할 수도 있는 나이인데, 자기들이 해라 해라 하는 틀에 맞추라고 하면서, 너희는 그것 밖에 못한다 하는 그런 느낌...? (134쪽)

 

사고 있고 나서 후배들 만나러 단원고에도 가고 같이 얘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학교가 하나도 안 달라지는 거예요. 애들은 '가만히 있어라' 이런 게 더 심해진다고 얘기하고, 학생들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매점을 없애버렸다고 하고. 리모델링을 했다는데 급식실이나 도서관 같은 건 안 달라져 있고, 상담실이 많이 만들어졌다는데 사용하는 애들이 별로 없다고 하고. 그런데 교실까지 없앤다는 건 계속 가만히 있으라는 거잖아요.(154쪽)

 

세월호가 아직 해결된 것도 아니고, 다시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데. 제 친구들이 단원고에서 선생님이 될 수도 있는데 뭘 가르쳐야 할까요? 제일 끔찍한 건 앞으로 졸업하는 후배들 중에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거. 같은 학교에서 두 유형의 사람들이 나온다는 거.
교실문제는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을 종식시켜달라는 거니까 저희 세대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그런데 유가족이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154쪽)

 

세월호세대의 배려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세월호세대랑 저희는 계속 같이 살아가야 하잖아요. 제가 '유가족입니다' 해도 유가족이 되기 싫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평생 유가족이잖아요. 배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어른들이 하는 거랑 세월호세대는 다르면 좋겠어요. '유가족이네'하는 눈초리는 안 받고 싶어요. '아직도 우냐' '어떻게 웃냐' 이런 감정의 억압도 당하고 싶지 않고. 끝까지 싸워주지는 못하더라도, 저한테까지 가만히 있으라고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156쪽)

 

사실 저는 그냥 어른이 된다는 게 싫어요... 모든 어른들은 원래 어린아이였고 그들이 자라서 이 나라를 이끌어나가고 있잖아요. 그들도 학교에 다니면서 여러가지를 배우고 구별할 줄 알고 스스로 제어도 가능할 텐데 왜 어떤 사람들은 잘못된 행동과 생각으로 문제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걸까... 도저히 모르겠어요... 우리도 어른이 될 거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저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 두려워요. 자기가 한 일도 책임 못 지면서 자기들만 생각하고 반성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그런 어른이 될까봐... 그런 어른들을 싫어하면서 그런 사람이 될까봐...(161쪽)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누구나 가슴이 미어진다. 살릴 가능성이 있었는데 살리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던 그 마음들은 더 타들어가고 더 무너진다. 이걸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지 않고도 우리를 위로해주고 한마음이 되어주고 이해해주는 분들에게는 정말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피해자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교황을 만나고 남긴 기록 중에서 (169쪽)

 

솔직히 사고 났을 때 저는 영화에서처럼 해경들이 멋지게 들어와서 "어서 내 손을 잡으세요" 하고 구해줄 줄 알았어요. 정부도 바로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하면서 모든 일을 해결해줄 줄 알았고요. 근데 오히려 다른 데로 떠넘기려고 하고 여론 같은 거도 조작하고 저희를 안 좋게 몰아가고, 자기들 편하게 시민들이랑 갈등 부추기고...(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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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