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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 31. 23:30

김대식의 빅퀘스천 - 김대식 (2) 책 속 여행2015. 8. 31. 23:30

2015년 8월 21일~8월 25일

책모임 선정도서.

 

 

세상은 잔인한데 우리는 잔인함의 이유를 모른다. 이유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면 내일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겁난다. 불확실함은 우리를 두렵게 한다. (181쪽)

 

계몽주의 철학자 존 로크는 개인 소유는 독립성과 더불어 '노력'과 '부족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봤다. 모자라지 않는 것에 대한 재산권이란 무의미하며 노력 없이 얻은 것은 소유할 수 없다는 말이다. (196쪽)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질문이었던 챕터.

=가축은 인간의 포로인가

 

『논리 철학 논고』에서 "문제를 이해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보여준다던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맞았던 것일까? 1만 년 전부터 인간의 포로로 살고 있는 가축들. 그들의 고통과 무의미한 삶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오늘 저녁 먹을 맛있는 스테이크를 포기할 수 없으니 말이다. (212쪽)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 세상은, 우리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명령하기 시작한다. 먹어야 한다고, 걸어야 한다고, 배워야 한다고, 그리고 성공해야 한다고. 명령대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산다. 원하지도 않던 세상에 태어나 '인생'이라는 게임의 법칙대로 살던 어느 날, 머리가 하얗게 세고 한 줌씩 빠지기 시작한다. 이마에 주름이 깊어지고 배가 나온다. 가슴이 처지고 팔에 힘이 빠진다. 어제 한 일이 기억나지 않고, 긴 문장을 읽기가 어려워진다. 델 콘테의 <늙은 미켈란젤로>라는 그림처럼 말이다. 이제야 겨우 조금 이해하기 시작한 세상의 질서가 또다시 무질서의 암흑으로 사라져간다. (267쪽)

 

  미국 국가안보국NSA 전 직원으로 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자아는 '혼자'가 허락된 세상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모든 사람의 모든 정보가 수집되고 분석되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혼자일 수 없다고. 정보 사회의 어두운 미래는 구멍 7개가 아닌 100만 개의 구멍이 뚫린 제강과 닮았다. 우리의 모든 정보가 모두에게 알려지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하고 독립적인 '나'가 아닌, 질서 속 예측 가능한 '우리'로 전락할 것이다. (283쪽)

 

영화 <메트로폴리스>에 등장하는 '기계인간'은 인간과 기계의 근본적 차이를 묻는다. 기계 같은 삶을 사는 인간과 인간 같은 생각을 가진 기계. 누가 더 불쌍한 것일까? (301쪽)

 

하지만 인류의 역사가 사랑보다는 전쟁, 이타주의보다는 이기주의, 자비보다는 잔인함, 카르페 디엠보다는 '귀차니즘'과 시간낭비의 역사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그렇기에 막심 고리키가 빈정거리지 않았던가.

"'인간', 참으로 오만한 단어."

  생각과 행동의 차이. 우리 모두 어릴 적 부모에게 대들지 않았던가? 왜 그렇게 지질하게 사시냐고. 왜 인생을 즐기지 못하시냐고. 왜 조금 더 의미 있게 살지 못하시냐고. 하지만 곧 알게 된다. 공원에서 마냥 즐겁게 뛰어놀던 어린아이는 어느새 삶의 의미를 질문하는 진지한 청년이 된다는 것을. 청년은 세상 모든 것이 그저 우습기만 한 도도한 젊은이가 된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돈과 권력과 지식으로 무장한 겁나는 것 없는 어른이 된다. 그것도 잠시. 지식과 권력과 돈은 끝없는 걱정의 근원이 되고, 거울에 보이는 늙은 자신의 모습은 추하기만 하다. 손자의 재롱마저도 즐겁지 않다. 결국 혼자인 인간은 혼자만의 질문을 하며 삶을 마친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 모든 것의 의미가 과연 무엇이었냐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결코 풀리지 않는다. 어른의 삶을 비난하던 우리는 사랑에 빠지고 여행을 한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을 느낀다. 몸이 즐거워 마음의 질문을 잠시 잊을 뿐이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 역시 '그들'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나만은 다르다'라는 착각으로 시작해 결국 '그래봐야 똑같다'라는 좌절로 끝나는 인간이라는 존재. (309쪽)

 

어쩐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다.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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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