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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졌습니다'에 해당되는 글 1

  1. 2010.08.21 패배자
2010. 8. 21. 13:53

패배자 *공주님 일상*2010. 8. 21. 13:53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글쟁이'라고 하고 싶지만 그건 글 쓰는 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말 같고..
아마 내가 쓰는 건
'글'이라고 하기도 힘들겠지만
그래도

글을 쓴다. 본능처럼.
살기 위한 몸부림처럼.


쓰는 것도 즐겁지만 읽는 것도 즐겁다.
다른 사람의 글이나 책 등을 읽는 건
무척이나……

괴로우면서도 행복한 일이다.


작가 같은 전문가의 경우에는 괜찮다.
그들의 글은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
나를 압도한다.
감히 나 같은 게,
'글'이란 걸 쓰려고 했단 말인가. 싶을 정도로

쓰고 싶었던 글도
쓰고 있었던 글도
전부 날아간다.

하지만 그런 게 좋았다.
내 글은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비루했으므로.

생각했던 것과 표현했던 것의 그 갭에서 오는 비참함.

글쓰기 재능이 없다는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 때 깨달았던 것 같다.

자신이 예전에 쓴 글을 보고
이미 그 때의 능력(?)은 퇴화하여
사라졌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다.
글을 쓴다는 건
내게 있어
숨을 쉬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재능이 있네 없네로
그만둔다거나 다른 길을 모색할
그런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취미도 아니었고
특기도 아니었다.

그저 배설하고 또 배설하는
무의미한 자신에 대한 기록.



그럼에도 글을 썼고
좋은 글을 쓰고 싶었다.
글 쓰는데 전념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언제나 그걸 바랬다.


해서, 조금 아마추어적인 글을 쓰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질투라는 추악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질투. 시기.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에게 살의마저 느꼈을 정도로
그 재능을 알아보는 사람만이
느끼는 감정.

그러나 그런 천재 같은 글은 아니었고
그냥,
'무언가'를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게는 글 쓰는 재능을 주지 않으신 하느님께서
볼 수 있는 '눈'을 주신 것에 대해,
나는
살리에리처럼 원망스러운 마음이라던가..
질투로 인한 살기를 느끼지는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살리에리의 심정에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된다고나 할까.

그는 가련하고 불쌍했다.
그러나
나는 그 존재를 죽여서 내가 오르느니
계속해서 그 작품을 보는 쪽을 택할 것이고 그렇게 선택했다.

보는 즐거움이 훨씬 크니까.
질투 따위
패배자의 감정일 뿐이다.


오히려 볼 수 있는 눈이 있어 행복하지 않은가.
그에 걸맞는 능력은 없지만..
이렇게 사는 생도 나쁘지 않다는
자조적인 위안.

좋아하고 끊임없이 읽었기에 '눈'이 단련된 것인데.



허나 나는…….

현실에 살고 있다.
재능이 없다는 걸 알면서 그걸 직업으로 삼을 만큼
모험심도 없었고
책만 읽고 살 수만 있다면
달리 무엇을 하든 상관 없을 정도로
뭔가 대단한 꿈도 없었다.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 혹은 전문가들을
질투할 자격조차 없다.
그렇다해서 질투심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이미 출발하기 전부터 포기한
패배자가 할 소리는 아니라 이거다.





내가
처음 글을 쓴 건
이야기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극이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글을 읽으면
거기에 푹 빠지는 게 당연했고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읽으면
다시 글을 썼다.

상상은 언제나 글쓰는 속도보다 빨라
전부 다 배설하기도 전에
마음대로 결론 짓고 만족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쓰고 싶은 마음만큼은
늘 넘쳐흐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내게 그걸 억누를 것을 강요하고 있고
나 역시 그걸 납득하고 있다.
이런 시시껄렁한 글을 끼적이고 있느니,
한 자라도 더 공부를 하는 것이 나의 미래를 위한 거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알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지만.

그래서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
글을 쓰는 것에서도 패배하고
현실에 충실하지도 못해서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고

아마
그렇게
영원히
헛되이

'패배자'로 남을 듯 싶다.
나란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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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