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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남교육소식지
삼기초 교사 설재록이 쓴 글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한탄강 주변에서 매운탕 집을 운영하는 초로의 어부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았다.
한탄강에 그물을 쳐놓고 그물에 걸린 민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일이 그 어부의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는 고기떼를 추적하면서 그물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장소에 그물을 쳐놓고 하루에 한 번씩 그물을 건져 올리는 식으로 고기를 잡는다.
그런 식으로 고기잡이를 하니까 어획량은 일정하지가 않다.
순전히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고기가 많이 걸리면 어획량이 많은 것이고, 안 걸리면 허탕을 치게 된다.
따라서 그는 고기가 많이 잡히면 매운탕을 많이 끓이고, 적게 잡히면 손님이 와도 장사를 하지 못한다.
장사는 많이 팔아서 이익을 많이 남겨야 한다.
그런데 그의 고기잡이 방법으로 볼 때 매운탕 집의 장사도 그다지 북적거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 날 방송 취재팀이 한탄강의 어부를 찾아갔던 날은 그런 대로 어획량이 괜찮아 보였다.
걷어올린 그물에는 민물장어도 몇 마리 걸려 있고, 메기와 붕어도 걸려 있었다.
그 중에서 붕어가 제일 많이 걸려 있었다.
붕어도 예사 붕어가 아니라 길이가 30센티미터는 족히 넘어 보였다.
크기도 크지만 한탄강에서 걷어 올린 붕어니까 오염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속으로 저런 붕어는 요리를 할 것이 아니라 한약재를 넣어 다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크기라면 값도 꽤나 나갈 것이다.
그런데 그 어부는 그 값나가는 붕어를 도로 강물에 집어 던졌다.
저걸 그냥 버리다니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피디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아까운 걸 왜 버리느냐' 고 물었다.
"내가 가져야 할 것과 갖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만 하고 살아가도 행복해질 수 잇습니다."

어부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 버리는 것 같았다.
뭔가 모를 것이 화살처럼 날아와 내 가슴에 꽂히는 기분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난 후 그 어부는 한탄강 강가에서 매운탕 집을 운영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루한 차림으로 한탄강 강가에서 이름 없는 어부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는 그냥 어부가 아니었다.
그는 세상을 꿰뚫어 보고, 인간의 삶을 달관한 은자였던 것이다.

가만히 내 삶을 되돌아본다.
나는 내가 가져야 할 것과 갖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도 못하고 지금까지 아등바등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번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많았었다.
나 뿐만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삶의 모습들도 대개는 그러할 것이다.
명예와 돈, 지위, 인간 관계 등........

대개의 사람들은 가져야 할 것과 갖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갈 것이다.
거기에서 불행의 씨앗은 싹이 트는 것은 아닐까.

요즘 나는 사람들과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한탄강의 어부 이야기를 곧잘 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 주위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알려 주기 위해서는 아니다.
나도 실천하지 못하면서 그걸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은 나를 다스리기 위해서이다.
내 스스로에게, 앞으로는 그 어부처럼 가져야 할 것과 갖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면서 살아가라고 채찍질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가져야 할 것과 갖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삶.
그걸 실천할 수만 있다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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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