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사전과 사전 문법 - 이희자, 남길임
언어(국어) 사전의 편찬은 표제항의 선정 및 배열과 관련한 거시 구조적 관점에서부터 각 표제항의 미시 구조 정보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문법관과 문법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언어학적 지식은 사전의 편찬에 필수적인 것이며, 최근의 사전 편찬에서 이러한 언어학적 지식은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전 편찬과 문법 정보의 관련 양상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각 개별 어휘의 뜻풀이나 참고 정보로 나타나는 명시적으로 기술되는 문법 정보인데, 이들은 사전의 미시 구조에 나타난다. 개별 어휘가 지니고 있는 문법 환경의 제약 현상이나 특수한 문법적 사실들과 관련된 어휘 개별적 사실, 일반적인 문법 규칙으로 설명될 수 없는 예외적 사실 따위들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서전 편찬 작업 전반에 걸쳐 문법 정보가 암시적으로 활용되는 국면으로서 이는 특히 사전의 거시 구조의 구성과 관련된다. 즉, 품사 구분의 기준이나 동형어 처리의 기준, 표제어 표기에서의 형태 정보 등은 사전 편찬자의 문법관이나 언어를 분석하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암시적인 문법 정보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관점에서의 문법 정보는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동시에 전자는 특정 어휘에 나타난 어휘의 개별적 특성을 상세하게 기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면, 후자는 사전 전체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구별될 수 있다.
싱클레어는 문법과 사전은 실제 쓰이지 않았지만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자료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문법은 아직 출현하지 않은 새로운 문장의 다양성에 대해 설명해 주어야 하지만, 사전은 어휘들이 실제 어떻게 쓰이는가를 중심으로 기술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명사의 경우 국어의 대부분의 명사가 격조사를 비롯한 조사와 결합하고 단독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은 문법서에 기술되어야 하는 내용인 반면, 특정 명사가 일부 조사와만 결합하는 등 쓰임이 제약되는 경우에 대한 기술은 사전에서 해당 명사의 중요한 개별 용법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활용형에 제약이 있는 용언, 형태 결합이나 통사 현상에 있어서 특수한 양상을 보이는 부사 등에 대한 정보는 매우 중요한 개별 문법 정보이다.
한편 사전에서의 문법 정보를 위와 같이 불규칙하거나 예외적인 정보로 한정할 수만은 없다. 실제 사전에서 문법 정보는 표제어 설정, 품사의 구분, 동형어 분할, 표제어의 내부 구조 정보 제시 등에서 여러 가지 문법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에서 암시적으로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은 불규칙적이거나 예외적이라기보다는 언어 체계나 사전 전체의 일반적 기준, 일관성을 지향한다. 이러한 정보들은 사전 전체의 체계와 관련된 거시적인 문법 정보로, 주로 편찬자의 문법관이나 개별 사전이 지향하는 목적과 용도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으며 사전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명사로도 쓰이고 부사로도 쓰이는 단어의 처리 문제, 동일한 형태의 동사/형용사의 처리 문제, 관형사/접두사 간의 경계 설정 문제 등은 전체 사전 체계 내에서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해제: 국어사전의 편찬에 있어서 언어학적 지식이 활용되는 양상에 대해 설명한 글이다. 사전 편찬과 관련하여 문법 정보가 활용되는 양상을 미시적 차원과 거시적 차원으로 나누어, 각각의 목표와 지향점을 밝히고 실제로 사전 편찬시에 활용되는 양상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가면서 설명하고 있다.
주제: 사전 편찬에 있어서 문법 정보가 활용되는 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