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여행
울려 퍼지는 수의 질서 - 오카다 아케오
휘란
2012. 3. 22. 11:40
르네상스 이전 노트르담 대성당을 중심으로 전개된 음악인 노트르담 악파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페로탱의 곡은 오늘날 사람에게는 마치 다른 세계의 음악처럼 들릴 것이다. 이 위화감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커다란 이유는 화성 감각의 차이 때문이다. 우리에게 화성이란 도미솔을 말한다. 하지만 중세에는 도미솔이 불협화음이었다. 즉 '미(3도)'가 들어가서는 안 되었다. 시험 삼아 피아노로 '도미술'과 '도솔'을 비교해 보면, 부드러운 전자의 울림에 비해, 후자는 부드러움이 빠진 어딘가 모가 나 있는 공허한 것으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중세 사람들에게 있어 '도솔'의 울림은 제대로 된 것이었다. 중세에서 추구하는 울림은 금욕적이며 준엄하고 위협적인 울림이엇다. 음악은 감미로운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런 음악이 사랑받은 것은 당시 사람들의 독특한 음악관에 기인했을 것이다. 여기서 중세의 음악 미학에 대해서 조금 살펴보자. 먼저 강조해 두고 싶은 것은 중세의 음악은 결코 '음'을 '즐기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중세에 널리 읽히 보이티우스의 『음악망요』이론서에서는 음악을 세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세 가지 유형의 음악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음악은 뮤지카 문다나이다. 이는 '천체의 음악' 또는 '우주의 음악'을 뜻한다. 이것은 천체나 지구, 즉 대우주가 만들어 내는 음악으로, 대우주의 조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뮤지카 문다나는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음악이다. 그 다음 단계인 뮤지카 후미나는 '인간의 음악'이라는 뜻으로, 인간의 정신과 육체, 즉 소우주를 다루는 음악이다. 이는 우주의 질서에 의해 영향 받는 육체와 영혼 및 그들 각 부분들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추구하며, 음악에 의한 이 조율 작용이 이상해지면 병이 걸리거나 성격이 삐뚤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뮤지카 문다나와 뮤지카 후미나는 모두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음악이다. 다음으로는 가장 낮은 단계인 뮤지카 인스트루멘탈리스가 있다. 이는 '악기의 음악'을 의미하는데, 음향학적 원칙들의 질서 있는 적용에 의해서 사람의 목소리를 포함한 모든 악기가 만들어 내는, 즉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뮤지카 인스트루멘탈리스는 음악적 음정의 숫자 비율로 질서의 원리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중세 사람들은 음악을 현상계의 배후에 있는 객관적인 질서를 탐구하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일종의 과학에 가까운 사고이다. 이런 중세의 음악관으로 볼 때, 페로탱의 곡에는 신의 나라의 질서를 소리로 모방한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적어도 그것이 인간이 듣고 즐기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페로탱의 곡이 전부 8분의 6박자로 되어 있는 것 역시 신학적인 이유가 있다. 당시의 음악은 오로지 삼위 일체를 표현하는 3박자 계열로 적혀졌다.
음악의 배후에 초월적인 질서를 만들려고 하는 경향은 우리에게 친숙한 클래식 레퍼토리의 음악과도 관련이 있다. 바흐가 선호한 숫자의 상징, 쇤베르크의 12음 기법, 혹은 바르톡의 황금 분할 등, 이런 서양 예술 음악에는 특유의 수학적 사고가 있다. 음악은 반드시 소리로 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특이한 생각이야말로 중세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서양 예술 음악의 역사 속에 흐르고 있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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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음 기법을 만들어 낸 독일의 표현주의 작곡가 쇤베르크는 소설가 토마스 만의 70세 생일을 축하하여 매우 복잡하게 짜여진 음악을 헌정했는데, 이때 쇤베르크는 이 작품 속의 음악은 거의 연주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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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부터 수학적인 관계를 처음으로 밝혀 낸 학자는 바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수학작 피타고라스이다. 피타고라스는 '만물은 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는데,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분야의 하나가 곧 음악이었다. 피타고라스는 하프를 직접 질서 있게 연주하면서 소리를 분석해 본 결과, 하프에서 나오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게 조화를 이루는 경우에 하프 현의 길이나 현에 미치는 힘이 간단하 정수 비례 관계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즉, 한 옥타브는 1:2의 비, 5도음은 2:3의 비를 이룬다는 것 등인데, 고대 그리스의 5도 음률에 기초한 피타고라스 음률이 곧 오늘날 우리가 음정이라고 부르는 것의 기원이며, 음향학의 출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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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이후의 르네상스는 전시대만큼 신의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금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것을 즐기고자 하는 시대이다. 르네상스 시기에 활약한 네덜란드 작곡가 팅크토리스는 음악 이론집 『음악 용어의 정의』에서 '하모니'를 아름다운 울림'이라 정의한다. 그는 또한 음악을 '뮤지카 아르모니카(인간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음악)', '뮤지카 오르가니카(공기의 흐름에 의해 소리나는 악기에 의한 음악)', '뮤지카 리트미카(닿는 것에 의해 소리를 내는 악기에 의한 음악)'의 세 종류로 분류하였다.
해제: 르네상스 이전의 음악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듣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화성 감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중세의 음악은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현상계의 배후에 있는 초월적 질서를 탐구하고, 종교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서 음악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서양의 중세 음악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글이다.
주제: 현상계의 배후에 있는 초월적 질서를 탐구하고자 했던 중세 서양의 음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