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여행
태공망 - 미야기타니 마사미쓰
휘란
2012. 3. 15. 14:15
"……(전략) 이제 봄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세상이 환하게 밝아진 것 같습니다. 눈앞의 풍경을 제대로 느끼려면 또 다른 세계에 눈을 떠야만 하는 것 같습니다."
망은 몸을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것 참 다행이구나. 내가 봄을 어둡게 느끼는 것은 내 마음 속에 그늘이 있기 때문인 것 같으니, 해의 가르침을 받아야겠군."
―망은 보통사람들이 뛰어넘지 못하는 것을 뛰어넘어온 사람이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틀림없이 비범한 도약을 보여줄 것이다. 망이 꿈꾸는 세계는 망의 뒤를 열심히 따라가는 자만이 볼 수 있다. 자신도 망을 뒤따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과연 뒤에 처지지 않고 따라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호는 자신이 없었다.
"어머니, 그분에게 아내가 필요할까요?"
"큰 집을 세우는 사람은 안을 잘 보살펴야만 하는데, 안을 보살피려면 훌륭한 아내가 필요할지도 모르지."
"그렇겠지요……."
그렇게 말했지만 호는 오히려 망이 멀게만 느껴졌다. 망이 걸출한 인물이란 걸 인정하자 자신의 평범함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왜 그러느냐?"
"예에 저어……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어요."
"망에게 말이냐?"
"아니요. 저 자신에 대해서여요. 내가 망상 속에 있는 게 아닐까, 내가 망님을 좋아하고 그 사람의 아내가 되고 싶다는 게 무모한 소망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는 엷게 미소를 지으며 호에게 말했다.
"그건 그만큼 호가 컸다는 뜻이야. 그러나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위축되어서는 안 돼. 사람은 우연히 만난 누군가 때문에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지. 크게 되고 싶으면 자기를 버리고 자신보다 큰 사람과 부딪쳐야만 해. 자신의 모습을 고집하면서 상대방과 부딪치면 그 모습은 깨져버린단다. 그러나 모습이 없는 사람은 깨질 것이 없기 때문에 두려운 것도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