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여행
로빈슨 크루소 - 대니얼 디포
휘란
2012. 3. 3. 21:54
최근 발견한 나쁜 버릇.
책을 읽고 있다가도 주문한 책이 도착하면 그걸 먼저 펼쳐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읽다만 책들이 방에 쌓여 있음.-_-;;
로빈슨 크루소는 그 유명한 교육학자, 루소가 강력 추천한 책으로
제목이 익숙해서 어렸을 적에 읽었을 것으로 추측했으나..
막상 읽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내가 산 책은 특이하게 앞에 해설을 달아놓았는데
처음에는 작가의 일생을 다루어서 읽으려다가
뒤로 가니까 로빈슨 크루소의 미리니름이 있어서..ㄱ-
우선 다 읽고 난 다음에 마저 읽기로 했다.
우선 무인도에 도착하기 전까지와 도착한 후의 이야기만 크게 나누어져 있을 뿐..
섬 생활은 시간 순서대로
구분없이 계속 전개되고 있어서 중간중간 멈춰 읽기가 곤란했지만
그래도 대강 나누어서 천천히 읽고 있는 중이다.
(현재 208쪽까지 읽었다.)
그때 이후로 자주 느낀 점이지만 인간은, 특히 젊은이들은 어떤 상황에 부딪혔을 때 자신을 이끄는 이성을 거부하는 불합리한 성향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죄를 짓는 건 부끄러워하지 않고, 뉘우치는 건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스스로 바보 취급을 받을 게 뻔한 일을 저지를 때는 당당하지만, 잘못한 일을 되돌려 다시 현명한 사람이 되는 건 오히려 부끄러워하는 것이다.(63~64쪽)
나는 내 꼴이 마치 고독한 섬에 홀로 사는 사람 같다고 중얼거리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면, 하늘은 다른 상황에 처하게 함으로써 예전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스스로 경험으로 느끼게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일은 너무나도 공정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대로 밀고 나갔더라면 십중팔구 크게 성공하고 부자가 되었을 생활을 얼토당토않게 섬에 홀로 남은 인생과 비교해 댔으니, 내가 이후에 정말 섬에 떨어져 고독한 생활을 하게 된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89쪽)
그러나 일이 잘 풀리다 보면 오히려 가끔은 그게 원인이 되어 엄청난 불행을 겪게 되기도 하는데, 바로 내 경우가 그랬다. (91쪽)
(새옹지마?)
그렇게 사업이 번창하고 돈을 벌게 되자 내 머릿속은 성공할 수 없는 온갖 계획과 사업으로 가득 찼다. 사실 그런 생각들 때문에 업계에서 잘나가던 사람이 파멸하곤 하는 법이다.(91~92쪽)
적어놓고 보니 이것은 아무리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상황에 빠진다고 해도, 반대로 감사해야 할 것이 전혀 없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보여 주는 확실한 증거였다. 이런 내용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상황을 겪은 사람이 주는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 터였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나처럼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걸 스스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며,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서 대차대조표의 대변에도 뭔가 써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127쪽)
포기하고 나니 정말 서글펐다. 늦긴 했지만 사전에 형편을 인식하지 못하고 일을 벌이는 건 어리석은 짓이며 무슨 일이든 사전에 스스로 해낼 능력이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3쪽)
한마디로 말해 온갖 사물의 성질을 겪어보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은 우리에게 소용이 있는 만큼만 좋은 것이었다. 무엇이든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을 정도로 쌓아둔다고 해도, 결국 우리가 쓰는 만큼만 좋은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었다. 세상에서 제일 탐욕스러운 수전노라고 해도 만일 나와 같은 상황에 부닥친다면 욕심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가진 게 너무 많아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갖지 못한 것 말고는 욕심이 생길 틈이 없었다. 갖지 못한 것들은 시시한 물건이지만 간절히 필요했다. (205쪽)
여기서 내가 알아차린 게 있다. 마음에 불만이 들어찬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내려주신 것을 편안하게 즐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내리시지 않은 뭔가를 보고 탐내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때 뭔가 부족해서 생기는 불만은 이미 가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다. (2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