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여행/장르소설 여행

십이국기 6 - 오노 후유미

휘란 2012. 2. 12. 22:38


6권도.. 한 번 읽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어디까지 읽은 거야, 나..=ㅁ=;;

5권은 외전, 6권은 다시 본편이다.
세 명의 여자들이 나온다.
한 명은 평범한 일본 소녀가 그만 식에 의해 저편으로 날아가 고생하는 것.
한 명은 방국의 공주로, 공주의 신분이었으나 그의 부친인 왕의 폭정으로 그 신분을 잃고 고생하는 것.
나머지 한 명이 내가 좋아하는 요코..(주인공)
요코는 위 두 사람을 섞어놓은 듯한 설정으로 평범한 일본 소녀였으나
원래 왕의 신분으로 기린을 만나 경국의 여왕이 된다.
하지만 그 과정과 앞날이 험난하다.



"살아간다는 것은 기쁨이 반, 슬픔이 반인 것입니다."
"네?"
"누군가가 행복한 것은 그 사람이 축복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고통을 잊으려는 노력, 행복해지려는 노력, 그것만이 진실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봉래의 소녀여…"



"사람이라는 건, 진실을 들으면 화를 내는 거니까."


"어쩔 수 없구나. 누나, 나보다도 더 애 같아."
"무슨 말이야?"
"누나는 누나 자신이 좋아?"
스즈의 눈이 크게 열렸다.
"……?!"
"아니면 자기 자신이 싫다고 생각해?"
"그다지 좋지는 않아."
이렇게 비참한 자신 따위.
"그럼, 다른 사람이 누나를 싫어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차피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너그러운 동물이니까."
스즈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런 자신까지도 좋아할 수 없는 인간을, 다른 사람보고 좋아해 달라는 건 엄청 뻔뻔스러운 거 아냐?"
"그런 의미로…"
스즈는 당황하며 말을 고쳤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냐…. 물론 나는 내 자신이 좋아. 그건 당연한 거잖아.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말해 주지 않는 걸. 아무도 좋아해 주지 않는 게 싫다는 그런 의미야."
"그래서? 그럼 좋아해 주지 않는 상대가 나쁜 거야? 그러니까 태도를 바꿔서 날 좋아해 달라고? 그건 더 뻔뻔스럽잖아. 그러니까 미움받는 거야. 이상, 끝."

"나 그런 거 싫어. 남들보다 더 불행한 구석을 찾아서, 전부 그것 때문이라고 단정짓고서 속없이 지내는 거."

"바보 같아, 누난 그저 남들보다 불행한 걸 자랑하려는 것뿐이잖아. 그다지 불행하지 않아도, 억지로 불행한 걸로 생각해 버려, 그런 인간은…."
"너무해, 너무해! 왜 내가 그런 소리까지 들어야 해? 난 이렇게나 괴로운데!!"
세이슈는 고개를 갸웃했다.
"괴로운 일이 있으면 잘난 거야? 괴로운 일이 있고, 그걸 참고 있으면 훌륭한 거야? 나라면 괴롭지 않도록 노력할 거야. 그리고 해객이 아니면 괴롭지 않다는 거야? 누난 선인이고, 병도 걸리지 않고, 나이도 안 먹지? 병에 걸려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 앞에서, 지금처럼 말할 수 있어? 신선이라면 먹을 것에 곤란해 본 적도 없겠지. 지금이라도 굶어죽게 생긴 사람 앞에서, 누나가 제일 불행하다고 말할 수 있어?"


"정말로 고통스러우면, 사람은 거기서 도망쳐 나오기 위해서 필사적이 돼. 그렇게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건, 누나, 정말은 빠져 나오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거야."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 죽을 각오로 덤벼들어서 열심히 해도 어떻게 안 되는 일이야?"
"그건…."
"그럼 얘기는 간단해. 누난 죽을 각오가 될 만큼 괴롭지 않았던 거야. 멋대로 비탄에 빠져 있는 녀석한테 동정해 주는 사람은 없어. 모두들 자기가 살아가는 데에 열심이니까. 나도 힘든데 옆에서 동정해 달라고 말하는 녀석이 있으면 싫어지는 게 당연하잖아?"


"응. 그 때 생각했어. 아아, 사람이 우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구나 하고. 자기가 불쌍해서 우는 것하고, 슬퍼서 우는 것. 자기가 불쌍해서 우는 눈물은 말야, 어린애가 흘리는 눈물이야. 누가 뭘 좀 어떻게 해 줘 하면서 우는 거니까. 아빠도 엄마도, 옆집 아줌마라도 좋으니까 도와 줘요 하면서."
스즈는 가만히 세이슈의 얼굴을 보았다.
"아이는 그것밖에 자기 몸을 지킬 방법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어린애의 눈물인 거야."


"그런 것쯤은 알고 있어."
"뭐랄까, 쇼우케이는 알고 있을 뿐이구나."
쇼우케이는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야, 그건?"
"지식으로서 알고 있을 뿐, 실제로는 그게 정말로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미안하지만."


"몇 번이고 말하는 거지만, 그런 차림은 누구나 하고 있는 거야. 공주님 출신이라는 건 불편하구나."
"불편?"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없으면 불편하겠지. 사치스러운 옷에 익숙해서야, 이런 차림은 심한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비단 옷을 입고 싶겠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쇼우케이뿐만이 아냐."
"그건…."
"여자라면 누구나 예쁜 비단옷을 입고 싶겠지. 예쁘게 꾸미고 살고 싶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 아닐까. 여왕이나 왕후, 공주 같은 생활을 하고 싶다, 분명히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누구나 공주가 될 수는 없는 거니가, 어쩔 수 없어."
"그래 그런데 말야, 너도 이미 공주가 아냐."

"아무도 노력도 없이 주어진 것은, 실은 그 물건의 가치만큼 자신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 있었던 거야. 넌 그걸 몰랐지. 그러니까 미움받는 거야."

"책임을 이루지 못하고서 손에 들어오는 것은 없어. 만약 있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거지. 잘못된 것들을 방패로 삼아도 누구 하나 인정해 주지 않아."


"하지만 모르는 것은 이제부터 공부하면 돼. 전혀 문제가 아냐."
쇼우케이는 발을 멈췄다.
"이제서야라고 생각 안 해?"
쇼우케이는 더 빨리 알았어야만 했다. 방에 대해서, 국가에 대해서, 다른 나라에 대해서, 왕에 대해서―공주에 대해서.
"방의 공주는 알았어야만 했던 것을 알지 못했으니까 벌을 받았어. 그건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이야. 후회해도 소용 없지. 하지만 쇼우케이의 인생은 막 시작했을 뿐이잖아. 굳이 말하자면 세 살 근처쯤이 아닐까? 서두를 것 없어."
"그렇게 생각해?"
"응. 세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있어. 공주의 인생은 이미 끝났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없어. 그럴 때는 깨끗하게 포기하고, 뭐가 나빴는지를 확실하게 기억해 두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럴까?"
"왕이나 공주는 불편하구나. 어쨌거나 한 번 옥좌를 잃으면 돌아킬 수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보통 백성은 편해. 죽지 않는 한, 돌이킬 수 없는 일 같은 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