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여행
양력과 음력 - 박성래
휘란
2012. 2. 10. 23:57
양력은 태양의 운동을 보고 그것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역법이다. 태양은 여름에는 머리 위에 높이 뜨지만, 겨울에는 한낮에도 그리 높이 뜨지 않는다. 양력은 이와 같은 태양의 변화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만든 역법이다. 정오에 태양의 그림자를 재면 그림자가 가장 길 때가 동지이고, 가장 짧을 때가 하지가 된다. 그리고 하지에서 이듬해 하지까지, 혹은 동지에서 이듬해 동지까지가 양력으로 1년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양력으로 1년이란 365일 5시간 48분 46초가 된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양력을 처음으로 만들어 썼다고 알려졌는데, 그들의 양력은 30일짜리 달을 12번 두었고, 거기에 해마다 연초 5일을 따로 축제일로 덧붙여 1년의 길이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따지면 1년의 길이는 365일로 딱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은 1년의 실제 길이에서 거의 6시간을 무시하는 셈이 된다. 그리고 그 6시간이 자꾸 모이면 나중에는 아예 계절이 바뀔 수도 있다.
서양에서 이 모순을 고쳐 놓은 사람은 다름 아닌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였다. 그의 이름을 따서 '율리우스력'이라 불리는 이 역법은 4년마다 무조건 하루씩을 더 넣어 이 모순을 해결했다. 1년의 길이를 365일 6시간으로 잡은 셈이다. 이로써 몇백 년 안에는 그리 큰 문제가 생기지 않게 되 었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1년 길이를 실제보다 11분 이상 길게 잡은 셈이어서 1,000년 이상이 지나면서 그 차이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1582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역법을 고치기로 결정했다. 기원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 때에는 춘분 날짜가 3월 21일이었는데, 1582년의 춘분은 3월 11일이었으므로 이듬해인 1583년부터는 다시 3월 21일이 되도록 고쳐 정한 것이다. 교황청이 춘분 날짜에 이렇게 관심을 가진 것은 기독교 최대의 명절인 부활절이 매년 비슷한 날짜에 오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부활절은 춘분을 지나서 처음으로 오는 만월 다음의 첫 일요일이다. 여하튼 교황청은 그 해 10월 4일 다음 날을 10월 15일이라고 정함으로써 10일을 건너뛰어 다음해 춘분을 3월 21일로 바꿀 수가 있었다. 이것이 소위 '그레고리력'이다.
이 역법은 그때까지 써 오던 '율리우스력'에서 윤달 넣는 방법을 약간 수정한 역법으로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즉, 4년마다 한 번씩 윤달을 넣던 방식을 고쳐서 서기가 4로 나누어질 때에는 윤달을 넣되 100으로 나누어질 때에는 윤달을 넣지 않고 평년으로 하고, 다시 400으로 나누어질 때는 윤년으로 한다는 규칙이다. 예를 들면 2044년은 4로 나누어지니까 윤년이지만, 2200년은 100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평년이 된다. 하지만 2400년은 100으로 나누어지긴 해도 400으로도 나누어지므로 윤년이 된다.
양력은 이처럼 태양 운동에 날짜를 맞추었다는 점에서 완벽한 역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양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 예로 영어나 그 밖의 서양 언어로 표시된 달 이름이 실제와 다르다. 영어로 9월 이후의 달 이름은 September, October, November, December인데, 이들의 어원을 살펴보면 각기 일곱 번째 달, 여덟 번째 달, 아홉 번째 달, 열 번째 달이 된다. 누군가가 임의로 달의 위치를 바꾸어 놓은 결과이다. 또 원래 연말은 February, 즉 지금의 2월이었다. 따라서, 연말에 하루가 늘었다 줄었다 해야 할 윤년의 하루가 지금은 2월 말에 붙어 있는 등 달 이름이 왔다갔다 하고 있다. 또 7월(July)과 8월(August)은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Julius Caesar)와 아우구스투스(Augustus)를 기념하기 위해 붙인 이름인데, 이 달에 그들의 생일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이왕 기념하는 바에 30일이던 8월을 연말에서 하루 더 가져다가 31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음력은 달의 차고 기욺을 기준으로 하여 만든 역법으로, 한 달에 29일과 30일을 번갈아서 쓰며, 그렇게 하면 한 해가 354일이 된다. 그런데 이것은 지구의 태양 공전 주기와 어긋나게 되므로 19년마다 일곱 번씩 윤달을 둔다. 그런데 춥고 더운 계절의 변화는 태양의 운동에 따라 좌우되므로, 음력에서는 이런 태양 운동을 24절기로 나타내고 있다. 바로 '입춘, 우수, 경칩, 춘분……' 하며 이어지는 절기는 태양 운동을 24등분하여 붙여놓은 이름이다. 따라서 과학사에서는 이러한 동양의 음력을 태양태음력이라고 부른다.
해제: 이 글은 양력의 기원과 원리, 그리고 발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력은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와 일치하는 역법이다. 양력은 고대 이집트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바뀌어 가며 문제점들을 개선시켰다. 글쓴이는 이것을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양력에 음력적인 요소가 개입되었음과 인위적-세속적 개입이 있었음을 지적하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주제: 양력의 원리와 발전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