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여행
좋은 글 모음 12
휘란
2011. 7. 7. 13:26
그것은 거대한 폭포수가 쏟아져내리는 벼랑 한쪽 틈에 둥지를 튼
로빈새가 알을 품고 있는 그림이었다.
바람이 조그만 불어도 금방 폭포수에 휩싸여 천길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았지만,
알을 품고 있는 어미 로빈새의 눈 속에는
불안이나 공포의 기미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원동연, '작은 것이 만든 큰 세상'-
완전히 내 것이 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내버려두지 말고 평생 노력해야 합니다.
이치가 완전히 이해되고 하나로 되는 것은
모두 깊이 쌓은 후에 자연스레 얻어지는 것입니다.
한순간에 문득 깨달았다는 사람들처럼, 어지럽고 아득한 가운데
그림자만 얼핏 보고서 큰일은 다 끝났다고 떠들어대면 안 될 것입니다.
-이원하, '스스로 깨우치는 나무'-
물도 또한 그러하여 물의 성(性)은 본래 맑고 고요한 것이지만
진토가 섞이면 흐려지고 바람을 만나면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진토가 섞인다고 물의 성까지 흐려지는 것은 아니다.
진토만 가라앉으면 맑아지고 바람만 자면 고요하여지는 것이다.
-한용운, '선과 인생'-
진정 사랑을 했다면 그 무엇도 두려워 말아라.
네가 그렇게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랑이 함께이고 영원할 수 있다면 물론 더없이 좋으련만,
때론 사랑은 짧은 고독으로 남을 수도 있단다.
-김정현, '외사랑'-
보람된 일은 그것 자체가 기쁨인 것이며, 사람이 거기에서 얻는
이익에 의한 기쁨이 아닌 것이다.
-알랭, '행복어록'-
사랑의 감정은 영원하되 대상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함정임, '행복'-
대체로 남을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은 자주 갖는데,
내가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별로 잘못한 것이 없다고 자부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용서를 받아야 할 필요를 많이 느끼는 사람이
남을 용서할 줄도 아는 사람입니다.
-김수환,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나이란 그저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일 뿐 그 모습에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이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진 않는다.
단지 동반해줄 뿐, 의미 없이 나의 곁에 있는 동반자인 것이다.
-유정, '해팽이'-
겨울이면 아랫목에 생쥐들이 와서 이불 속에 들어와 잤다.
자다 보면 발가락을 깨물기도 하고 옷속으로 비집고 겨드랑이까지 파고 들어오기도 했다.
처음 몇 번은 놀라기도 하고 귀찮기도 했지만
지내다보니 그것들과 정이 들어버려 아예 발치에다 먹을 것을 놓아두고 기다렸다.
-권정생, '우리들의 하느님'-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떠나는 길에 비해 아주 짧다.
길들이 둘둘 말려 내 안으로 들어오는 까닭에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아주 짧다.
길의 상대성원리.
떠나는 길은 언제나 멀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가깝다.
-조병준, '길에서 만나다'-
보석과도 같은 음악을 향유하지 못했더라면 나의 젊음이란 얼마나 메마르고 삭막한 것이었을까?
돌이켜보면 영혼을 살찌우고 사랑을 더 풍요로운 것으로 만들어주며,
우정을 참된 것이 되게 하는 음악을 벗삼는 즐거움이야말로 젊은날의 가장 큰 보람이었다.
-서남준, '별을 움직이는 노래'-
나도 나무가 되리라.
자기가 서야 할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서서 사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는 나무처럼
나도 인생의 사계절을 다 받아들여 적응할 줄 아는 성실한 시의 나무, 기도의 나무가 되리라.
-이해인,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
우리의 얼굴을 보라.
좌우 양쪽에 귀가 둘 있다.
이쪽 이야기도 듣고, 저쪽 이야기도 들으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골고루 듣는 귀를 한문에서 총이(聰耳)라고 한다.
우리는 나를 즐겁게 하는 칭찬의 소리만 들어서는 안 된다.
나를 냉엄하게 비판하는 충고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안병욱, '때를 알아라'-
주여, 저에게 다시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주여, 너무 집착하게는 마옵소서.
-박완서, '한 말씀만 하옵소서'-
(우리 하느님.. 너무 바쁘심..풋)
행복한 생활이란 마음의 평화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키케로, '신적 자연'-
중요한 것은 언제나 세월이다.
시간이 퇴적층처럼 쌓여 정신을 기름지게 하고 사고를 풍요롭게 하는 바로 그 세월이다.
그러므로 세월 앞에서는 겸허해야 한다.
누구도 그 사람만큼 살지 않고는 어떤 사람에 대해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누구든 그 사람과 같은 세월을 살아보지 않고서는.
-김형경, '세월'-
사람은 비수를 손에 들지 않고도 가시 돋친 말 속에 그것을 숨겨둘 수 있다.
-셰익스피어, '햄릿'-
사랑이란 오래 갈수록 처음처럼 그렇게 짜릿짜릿한 게 아니야.
그냥 무덤덤해지면서 그윽해지는 거야.
아무리 좋은 향기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면 그건 지독한 냄새야.
사랑도 그와 같은 거야.
사랑도 오래되면 평생을 같이하는 친구처럼 어떤 우정 같은 게 생기는 거야.
-정호승, '연인'-
우리 시대에 남은 희망의 말이 있다면
'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있음으로' '내가 먼저'이다.
-박노해, '꽃피는 말'-
탈출구를 찾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것, 그것조차 스트레스예요.
푹 빠져버려야 합니다.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쳐서 스트레스를 성공의 원동력으로 삼아버리면
스트레스는 발붙일 곳이 없어지지요.
-곽인행, '이경재 신부님'-
나는 가끔 안경을 들고 안경을 쓰기 전 세상을 바라본다.
가끔 가끔 세상이 콧등을 누른다.
-전유성, '남의 문화 유산 답사기'-
우리가 어느 한 장소의 혹은 한 사람의 본질을 가장 잘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속에 머물 때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다가갈 때,
혹은 그것을 떠날 때인지도 모른다.
-최영미, '시대의 우울'-
창조적인 사람이란, 장난기 넘치는 내면의 어린아이와 유능하고 책임질 줄 아는 어른이
조화를 이룬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아이다운 본성을 잃지 않는다.
-로렌스 볼트, '내가 사랑하는 일'-
네 자신을 알고자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살피라.
타인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네 자신의 마음을 똑똑히 보라.
-실러-
사랑하는 것은 평생 그 사람을 등에 업고 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등이 아파오고 허리가 끊어질 듯해도 그 사람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사랑이지요.
손잡고 가는 즐거운 시간은 짧기만 하고
오랜 날들을 그렇게 한 사람의 무게를 고스란히 감당하면서 업고 가야 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지요.
-김미라, '사랑하는 것과 사랑해보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내 인생에 주인으로 설 자신이 있다는 것도 된다.
매순간 당신을 목 죄어오는 어려운 일들보다는 자신이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더 많게 하라.
-이범준, '자신의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
꽃으로 정원을 헤아려라.
떨어진 잎새로 헤아리지 말고, 황금의 시간으로 당신의 인생을 헤아려라.
구름 낀 나날들은 전혀 기억하지 말고.
미소를 지으며 인생을 헤아리고, 눈물로 인생을 헤아리지 말라.
생일을 맞이할 때마다 기쁨을 가지고 친구와 비교하여 네 나이를 헤아려라.
결코 햇수로 헤아리지 말고.
-로버트 H. 슐러,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하기를 원한다'-
나도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인 사람은 나하고 똑같은 인간이다.
이 사람의 희망과 소망은 내 희망과 소망하고 똑같다.'
그러면 상냥하고 친절한 감정이 저절로 생겨납니다.
-달라이 라마, '세계의 지성 28인의 편지'-
가로등이 좋아지는 것은 역시 겨울철이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밤에 설레는 눈발 속에서 우러러보는 등불.
그것은 우리의 눈길이 닿을 수 있는 동경의 알맞은 위치에 외롭게 켜 있는 꿈의 등불이다.
-박목월, '가로등'-
죽음을 전제로 하지 않고 살아가는 생은 전부 가짜 보석과도 같다.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죽음이 와도 여전히 남은 단단한 삶의 가치를 얻기 위해 애쓴다.
어리석은 자는 항상 삶 다음에 죽음이 오지만
현명한 사람은 죽음 다음에 삶이 온다.
-이어령, '말 속의 말'-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해질 무렵의 순수함 때문이다.
하루가 저물 때쯤 우리는 남을 위해 준비했던 얼굴을 말끔히 씻고 싶다.
고향도, 그리운 이의 품도 아닌 바로 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다.
-김수현,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