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여행

지지 않는다는 말 - 김연수 (4)

휘란 2018. 7. 4. 16:23

 

그러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83쪽)

 

동감이다.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할 때 듣는 논리에 반박하는 거.

누군가 해야 한다면 왜 니가 안 하고 나 시키는 건데?<-

 

좋은 구절만 고르다간 책 전체를 다 옮길 것 같아서 재밌는 에피소드를 고르기로 했다.

소제목은 목차에도 있고 목차는 책 소개에도 있는 거니까 부담없이.

 

 

[눈, 해산물, 운하, 맥주, 친구]

 

눈 쏟아지는 책 내용이 좋다면서 소설가만이 겪을 수 있는 이야기.

폭설이 좋다니... 강원도 가서 며칠 지내보면 그 말씀은 안 나오실 텐데...

(나도 강원도에서 살아본 적은 없지만.)

아마 눈이 그다지 오지 않는 지역에 사시는 모양이다.

뜻하지 않은 폭설이 좋다는 걸 보면.

 

 

[사람이 너무 좋은 게 콤플렉스]

 

이게 무슨 자랑이죠, 작가님?ㅋ

소설가 된 뒤로 다른 소설가에게 들은 말이 작가님께 상처였던 모양이다.

 

사람 좋고 소설 못 쓰느니..... 그 말 때문에 열심히 소설을 쓰셨다고 하니.

누가 그랬는지 몰라도 이 글을 봤다면, 작가한테 또 한 소리 했을 것도 같다.

거, 뒤끝 있네.

그런 사람은 그런 예측 가능한 말을 하기 마련이지만 만약 아니라면 소소한 사과를 드린다.

어디까지나 제 상상.

 

콤플렉스가 화제인 에피소드라서 내 콤플렉스를 생각해봤다.

그런데...

콤플렉스? 그게 뭐죠? 먹는 건가. (우걱우걱)<-

...라고 할 정도로 없는 건 아니고 좀 시시하다.

공부 못하는 것.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이유는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기 때문에. 20대가 사는 세상은 아직 탄생한 지 30년도 지나지 않은 세상이다. 지속 시간이 짧으니 삶에는 인과보다 우연이 더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60대가 사는 세계는 벌써 70년 가까이 지속된 세계다. 시간이 그 정도 지속되면 결과를 통해서 원인을 따져볼 수 있다. (89쪽)

 

재밌는 연구 결과다.

어떤 거였는지 좀 구체적인 근거가 궁금하지만... 없으니 그런가보다 할 수밖에.

 

 

[우린 모두 영웅호걸 절세가인]

 

읽으면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에피소드.

아우, 조용한 곳에서 웃음을 참느라고 혼났다.

작가가 중국 문화인 '칭커'를 겪으면서 생각한 걸 적었는데...

그렇게 말하면 그렇게 믿게 된다는 유쾌한 이야기였다.

 

 

[여름만이라도 좀 놀면서 지내자, 이 귀신아]

 

아, 이걸 보고나니 여름 귀신들이 좀 불쌍해졌다.

귀신이 나오는 영화를 무서워서 잘 못 보는데... 그런 내막(?)이 있을 줄이야.

 

원한은 쌓아둬서 좋을 게 없다.

 

 

[이 우주를 도와주는 방법]

 

이러다 소제목들도 다 적을 기세...ㅋ

근데 그만큼 다 재밌는데 어떡하라구요.ㅠㅠ

 

피그말리온 효과와 작가의 잡지사 근무 에피소드.

어떻게 보면 난감하고 삐딱할 수도 있는데 그걸 해학적으로 잘 풀어내는 것 같다.

 

뭐든 잘한다 잘한다 하면 다른 것도 잘하게 되는 법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주위 사람들이 기대감을 가질 때 가장 크게 발휘되는 것이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을 때는 스스로 가져도 괜찮다. 그러므로 자신이 하는 일은 우주적 손실을 면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버리자. (1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