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 - 김연수 (3)
7월 4일 읽은 부분 50쪽~144쪽.
욕심만큼 책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욕심을 꺾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 욕심의 대가란 조금 피곤해지는 일뿐이었으니까. 무거운 책을 들고 왔다 갔다 하게 만드는 정도. 그 정도 피곤함이라면 나는 내 욕심을 존중하고 싶었다. (52~53쪽)
나도 책 욕심이 좀 있다. 어느 정도냐면 책만큼은 몇 권을 들더라도 '무겁지 않다'는 것!!(웃음)
그래서 가끔 주변의 비웃음을 사기도 하지만...
-욕심껏 책을 사는 바람에...;;;
이 문장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 내 욕심이니까 존중해주세요.<-
휴식이란 내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경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와중에 잠시 시간을 내서 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나를 둘러싼 반경 10미터 정도, 이게 바로 내가 사는 세계의 전부구나.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몇 명, 혹은 좋아하는 물건들 몇 개. 물론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세계가 그렇게 넓을 이유도, 또 할 일이 그렇게 많을 까닭도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정말 나는 잘 쉰 셈이다. (54~55쪽)
휴식에 대한 작가의 정의.
그런 거라면 나는 잘 못 쉬고 있는 셈이다. 내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ㅠㅠ
작가처럼 느껴본 적도 없다.
쉰다고 쉬어도 몸은 늘 피곤하다. 지치는 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불안하다.
현대인의 딜레마.
인생의 모든 순간은 딱 한 번 우리에게 다가왔다가 영영 멀어진다. 말하려다 그만두고 말하려다 그만두고 그저 "아름다운 계절 중양절 또 돌아왔군요"라고 노래하는 이유는 지나간 순간은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을이니까 그 사실이 나를 아프게 하지만, 또 나를 일깨우기도 한다. 나뭇잎이 또 저렇게 졌다가 봄이 되어 다시 돋는 동안, 사람들은 한 번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62쪽)
당연한 진리인데도 아프게 다가오는 문장들이다.
왜 꽃은 다시 피는데 사람들은 다시 오지 못하는가.
고독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고독은 뭐랄까, 나는 영원히 살 수 없는데 이 우주는 영원히 반짝일 것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의 감정 같은 것이다. (65쪽)
고독에 대한 작가의 정의.
고독이 전혀 외롭지 않다니... 저기, '고'자가 외로울 고인데요...<-딴죽...;;;
근데 이 부분을 읽을 때면 그렇구나~ 하고 납득하게 만들어버리는 작가의 필력.
인생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길다. 그러고 보니 예측한 대로 삶을 산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늘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인생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70쪽)
인생은 짧다고 생각한다.
길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하고 싶은 게 많으면 그 인생은 짧아지는 법이다.
고등학생 때 하고 싶은 목록을 작성해서 친구에게 보여주었더니...
친구가, 그거 다 하려면 확실히 넌 오래 살아야겠다.
그 목록 중에 이룬 것은 별로 없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 또한 인생. (훗)
마흔 살이 된다는 건 우리의 부모 세대가 돌아가시는 연배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평생 철들지 않고 애처럼 살 것 같았는데 이제 우리 또래는 하나둘 고아들이 되어 갈 것이다. 어떤 고아들도 철부지로 살지 못한다. 마흔 살이 된다는 건 그 사실을 알게 되는 나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더 이상 "그따위는 모르고 샆아도 아무 상관없어!"라고 소리칠 수 없게 됐다. (71~72쪽)
잘은 모르지만 난 아직 마흔이 아니다. (네?)
그럼에도 친구들 혹은 지인들 부친상에 몇 번 다녀왔다. 그런 나이가 됐다는 것.
누군가 죽어야만 드는 철이라니...
어쩐지 씁쓸하다.
영웅 영화 같은 데서 여자나 아이가 죽어야만 각성하는 남주인공에게 짜증이 났었는데.
누가 죽기 전에 각성 좀 하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나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이해했다. 아름다움과 시간은 상호보완적이었다. 곧 사라질 것이 아니라면 아름답지 않다. 한편으로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삶이 결국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는 건 결국 우리는 모두 죽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73~74쪽)
자연이라는 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지만, 때로 그건 너무 잔인하다. 어떤 일을 두고 누군가 "자연스러운 일이지"라고 말한다면, 그게 잔인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75~76쪽)
오늘은 어쩐지 페이지에 걸쳐진 문장이 많은 기분이 든다.=ㅁ=
유한한 아름다움.
하지만 난 무한의 아름다움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본 사람은 없겠지만.
자연은 본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걸 잔인하게 받아들이는 건 인간뿐이다.
본인들이 어떻게 해볼 수 없기에. 거대한 힘이니까.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그 개별적인 존재의 슬픔이란 그 존재 역시 거대한 자연의 일부라는 점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부터 나는 모든 화가와 작가는 보편적인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들은 모두 나에 대해서 그리고 썼던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보거나 읽은 대가들의 작품은 예외 없이 나를, 나 자신의 삶을 다루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처럼 개인적이고 사적인 감동이 가능할 수 있었겠는가. (77쪽)
내가 힘들었다면, 그건 당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힘들기만 했다면, 겨울까지 우린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는 어려운 일 못지 않게 즐거운 일도 많았다. 그 사실은 이 겨울이, 얼얼할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증명한다. 바람이 매서우면 매서울수록 우리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겨울다운 겨울에 우리는 우리다운 우리가 된다. (79쪽)
화가는 잘 모르겠다. 그림은 관심 분야가 아니기도 해서...( . .)
작가는 좀 안다. 읽은 책들이 있으니까. 결국 사람에 대해 다룬 것이라는 것을.
과장해서 말했을 때 이해가 되었다. 나에 대한 것이기에 그렇게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위로. 겨울과 바람이 있으면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것.
고통은 별로 긍정하고 싶지 않지만...
애써 이렇게 받아들인다면 못 받아들일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 삐딱하게 말하면.. 그래서, 우리다운 우리가 뭔데요?<-
무엇이든 의문과 반박은 좋지 않은가.(웃음)
아마
내가 아직도 겨울 속에 있어서 그런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