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구멍 볕들 날 - 김지호(레몬비)
카카오페이지 연재된 걸 완독.
어쩌다보니 다른 곳에 끄적였는데...
모아서 정리하고 싶어서 갖고 옴.
김지호(레몬비)의 '쥐구멍 볕들 날'
라는 장르소설을 최근 읽었다.
플롯은 단순하지만
마음에 들었던 건 여주의 배짱과
남주의 바보 같이 착한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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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향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근래에 접한 남주들은 하나같이 정신병자, 사이코, 집착남, 성격은 개싸가지, 가진 거라고는 얼굴이나 권력 밖에 없어서
분리수거해서 버리고 싶은 쓰레기들 뿐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의 남주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힐링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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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남주도 어떻게 보면 병신, 호구 같은 면이 있지만
그래도 그런 점조차 좋았다.
-이걸 남주 버프, 혹은 콩깍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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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을 잠깐 소개하자면,
여주인공은 마포대교에서 자살하려고 했다.
생물학적으로만 '아빠'인 인간 때문에 빚이란 빚은 다 지고 살아서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걸고 겨우 다 갚았는데...
그 아빠가 죽으면서까지 남긴 것도 빚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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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상속 포기를 하겠다고 빚쟁이들에게 외치지만
그들은 비웃으며 우리가 어떻게든 돈을 돌려받을 것이다.. 라고 무섭게 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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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가게 된 마포대교. 이명은 자살대교.
자살을 못하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문구들이 있는 생명의 다리.
가보지는 않았지만 한번 가보고는 싶은데...
그 이유는 아재 개그 같지 않은 문구도 있어서이다.
구경하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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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주인공 역시 자살을 하려고 한다.
프로포즈 하기 전날 자신의 애인이 자신의 친구와 붙어 있는 걸 목격해서.
실연에 의한 자살은 고전적일 만큼 많으면서도
나로서는 잘 이해가 안 가기도 한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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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두 사람은 만났고 경찰에게 들켜 경찰서로 끌려간다.
이후의 이야기는 생략하고 두 사람이 사랑에 빠져 결국 결혼하는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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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다 부모님이 안 계셔서 드라마에서 나오는 막장 설정은 없었다.
한국 장르소설 특징 중 하나가 이 부모님이라는 장애물이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기 전, 사랑에 빠진 후, 여러 가지 오해와 갈등이 나오는 패턴은 다른 나라 장르소설도 똑같지만
부모님 쪽 이야기는 옵션인데 반해 한국 소설은 디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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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런 경향이 무뎌져 가고 있지만... 개방적인 사고라던가, 자식의 선택을 존중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아예 설정 자체에서 부모님이 쓰레기이거나 사별한 뒤의 이 깔끔한 정리 또한 호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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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길어졌는데...........orz
이 작품 이야기를 하려는 건 이 결혼식 장면이다.
남주가 돈이 많아서 두 사람의 나름 추억(?)이 있는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 말이다.
(중략)
'쥐구멍 볕들 날'에 나오는 결혼식 장면을 보고 감탄했다.
와아아아아~~
나도 돈이 썩어날큼 많다면 이런 결혼식 해보고 싶다.
한강 유람선 웨딩.
다리 아래에 멈춰서 식을 올리고 불꽃놀이도 하고...
소설에서 나오지 않는 그 비용들이 물론 발목을 잡지만.
굉장히 낭만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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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돈이면 다 돼.<-
굉장히 현실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남주인공이 부자인데다 부모님 유산 상속에 사업도 잘되어서
가능한 장면이긴 하지만.
(이 설정이 비현실적이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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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강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쓴 자작글에도 여주인공이 '광주' 사는 데도 불구하고 굳이 한강을 구경하러 갔다가
남주인공이 자살하는 걸로 오해하는 장면이 있다.
내 프롤로그도 '쥐구멍 볕들 날'과 1%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나머지 99%는 완결 못 냈고, 여주인공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내용이 어둡기 때문에(초반부에는)
또 설정 자체가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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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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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강을 좋아했지만 결혼을 거기서 올린다는 발상은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쥐구멍 볕들 날'을 읽어서 좋았다.
잠시나마 나도 한강에서 그 결혼식을 구경한 것 같으니까.
좋아서 또 천천히 다시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