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 성석제 (2)
117~149쪽까지 읽음.
우린 언젠가는 꼭 만날 거다. 만나서 지금의 일을 옛일이라고 웃으면서 추억할 때가 있을 거다. 지금이 아무리 힘들고 견디기 어렵더라도 우리, 참고 노력해보자. 쉽게 절망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중략)
우리 금방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125쪽)
이 부분을 보면서 어쩐지 사망 플래그 같다고 여겼더니 다음 장에 정말로 그랬다.
1970년대부터 참전국 장병들이 원인 모르는 병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고 죽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는 이것이 엄청난 사회적 문제로 발전했습니다. 원인 모를 질병이 고엽제의 후유증인 것으로 판단한 미국, 호주, 뉴질랜드 3개국의 월남전 참전 환자 24만명이 미국 정부와 고엽제 제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손해배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하여 미국 연방법원은 2억 4천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독재정권하에 있는 한국에서는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소송 참가와 언론보도를 금지해 환자들 대부분이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129쪽)
다 같이 부축을 하고 왔건만 여자인 나는 그저 우는 일밖에 없는 것같이 여겨졌다. 기분이 이상해서 돌아보니 석수가 어두운 마당 한켠에 주먹을 쥔 채 서 있었다.
기둥이 부러지고 쓰러져가는 일밖에 남지 않은 집구석에 새 기둥이 무슨 소용이며 천장은 뭐고 바닥은 뭔가. 남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족속들이다.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울었다. (131쪽)
투표는 국민 된 자의 타고난 권리다. 투표를 하고 안하고는 각자의 판단에 따르면 되는 일이다. 왜 국민과 역사 앞에 부끄러운 짓을 하며 왜놈들 명치유신을 빼닮은 개헌에 찬성하는 투표를 하라고 강요를 하는 것이냐. 그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학생들을 시켜서 이따위 짓을 하고 있으니 국자 지도자요 대통령이라는 자가 한심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구나. 총칼로 권력을 잡고 젊은 목숨들을 남의 나라 전쟁에 팔아먹은 걸로 부족해 이제는 추악하게 종신 권력을 탐해?
(중략)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제가 민주주의가 뭔지나 알며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역사의 죄가 제게 있는 줄이나 알더냐. (1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