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여행
무진기행 외 김승옥소설집(7)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 - 김승옥
휘란
2015. 2. 28. 15:06
빌린 책으로는 마지막 작품이다. 1979년 작.
그런데 이 작가의 주인공은 왜 이렇게 한정적일까.
대학생 아니면 소설가. 지식인.
가난한 지식인.
뭔가 자신의 처지를 문학으로 승화해서 위로하는 느낌.
"그게 틀린 생각이란 말야.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고 시켜줘야 하는 거야. 아무리 가난한 부모를 가진 자식일지라도 본인이 원하고 노력하는 한 교육받을 기회는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야 하는 거야."(416쪽)
"그러니까 잘못된 거라니까. 자식 교육을 부모들의 돈벌이 경쟁에다가 맡겨버리면 그 경쟁에서 남아날 부모가 몇이나 되겟어. 부모라는 어른들은 눈이 뻐얼건 짐승들이 될 거구 짐승들이 우글거리는 사회의 장래란 보나마나 뻔하지."(417쪽)
(전략) 남과 같은 이 생활을 포기하면 그 대가로 글을 얻을 수 있다는 듯 허우적거려온 세월이 꿈처럼 뿌옇게 퇴색해 보이는 것이었다. 결국 소설을 쓴다는 것도 먹고살기 위한 방편이었던가? 그럴듯한 직장에 취직할 만한 흔해빠진 대학 졸업장 하나 없기 때문에 타고난 예민한 감수성과 어린 시절부터 친척이 경영하는 서점에서 닥치는 대로 읽어댄 책들에서 얻게 된 '진정한 삶'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일한 능력으로 하여 결국 먹고살기 위해서 소설을 써왔단 말인가?
진정한 삶. 그가 책을 통해 갖고 있고 그가 글 속에서 써왔던 진정한 삶과 자신이 살고 있는 삶과 도대체 어디가 비슷하단 말인가?(4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