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여행
무진기행 외 김승옥소설집(5) <들놀이> - 김승옥
휘란
2015. 2. 28. 14:30
작품이 뒤로 갈수록 좀 괜찮은 것 같다. ('서울의 달빛 0장'은 예외로 치고)
더구나 '들놀이'는 지금까지의 단편과 다르게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드디어 객관화가 이루어진 것인가.(웃음)
직장인이라면 겪을 혹은 들을 그런 애환이 흥미롭게 펼쳐져 있다.
어떻게 보면 회사 사장은 봉건제의 왕이 축소된 게 아닌가 싶다.
6 · 25 때 쳐들어온 인민군의, 스피커를 지붕에 달아놓은 방송차와 같은 글이었다. 스피커에서는 곱고 맑고 나긋나긋하고 또렷또렷한 여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지만 그 말의 내용은, 부드럽게 표현하려고 애는 몹시 썼지만, 역시 명령을 내리는 것임에는 틀림없었다.(290쪽)
그러고보니 요즘은 '들놀이'란 표현을 잘 안 쓰는데
아마 야유회와 비슷한 의미겠다. 그러니까 들놀이가 순 한글말이다.
개인적으로 둘 다 어감은 별로다.
한자어는 당연히(?!) 싫고, 요즘 같은 시대에 '들'이란 걸 얼마나 구경하려구.
이 단편의 좀 아쉬운 건 마무리.
뭐 여운을 즐기려면 원작대로가 맞겠지만 뭔가 끝나지 않는 기분이 들어서 찜찜하다.
그래서
초대장을 받지 못한 맹군은 어찌되었소?
이군은 과연 맹군과의 의리와 회사에 대한 충성 중 어느 쪽을 택했을까. 뭐 그런 의문들.
상상에 맡겨보자.
그리고 썩은 뇌는 망상에 빠지기도 하지만
너무 반복한 것 같으니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