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여행

그림 여행을 권함 - 김한민

휘란 2014. 1. 23. 12:33

~2014년 1월 23일.

 

1월 11일 독서토론 모임 책.

근데 오늘에야 다 읽음.

물론 모임에는 참석했지만..;;

 

그렇게 오래 걸려 읽을 책은 아닌데 시간 분배를 잘못 한 건지

아니면 천천히 읽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천천히 읽고 싶었는지도.

 

'그림 여행'이라고 하면 뭔가 화가들이 모여서 여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린다거나

아니면 미술 계통의 사람이 그것과 관련된 문화 여행을 하는 것이 상상이 되었지만

작가가 권하는 것은 여행을 즐기는 방법 중 '그림'을 그리는 것.

즉 자기 실력에 상관 없이

여행 풍경을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남겨보라는 것.

 

꽤 좋은 생각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림을 못 그린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다는 얘기가 있어서

뭔가 위로를 받기도 했다.<-

 

책에서 언급되는 이야기로, 모임에서도 잠깐 언급되었는데

우리는 어렸을 때 아무렇지 않게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가?

그때는 누군가의 평가에 구애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그런 느낌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_=

왜냐하면 어렸을 때부터 옆에 그림을 너무도 잘 그리는 오빠가 있었기 때문!

덕분에 그림 보는 눈만 높아져서, 실력은 없는 주제에 스트레스를 왕창 받았다.

심지어 미술 숙제를 오빠한테 부탁한 적까지 있었다.

 

초등학교 때 그렇게 해서 미술 성적이 잘 나와도 아무 양심의 거리낌이 없었다.

지금 돌이켜봤을 때야 겨우 잘못되었다고 느끼지만.

아무튼 예체능은 음악을 제외하고 내 스트레스였으니까.

부모님이 이렇게 위로해주실 정도로.

"국영수사과만 잘하면 되니까 스트레스 받지 마."

 

그때가 몇 십 년 전 일인데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 교육 현실.

뭐 한 가지 특기만 있으면 된다고 모 교육부장관이 지랄(죄송합니다.)이 아니라 난리를 쳐서

학력 저하시킨 공헌이 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지만..

 

이야기가 샜는데, 어쨌든 그만큼 '그림'에 한(!)이 많은 나로서는 이 책이 그렇게 반가웠다.

와아~ 못 그려도 된대. 막 그리래..

실은 몇 번 그림 교육을 받으면서 깨달은 건 그림 같은 예술들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란 걸 깨달았는데...

-물론 직업으로 삼을 만큼의 경지에 이르려면 재능도 있어야겠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소양으로서 말이다.

그 노력도 쉽지 않던 참이었다.

 

아무튼 이 책 덕분에 많은 걸 새롭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행이란 게

어떤 일정에 쫓기는 거나 훌륭한 걸 보고 와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일상의 '여유'를 갖는 것도 된다는 것.

 

 

 

  그림에 글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글은 휑해 보이는 공간에 재미를 주는 효과도 있지만, 그림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당시의 감정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곧잘 그림 위에 글을 쓰곤 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한 미술 선생은 절대 이런 '짓'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림에는 서명 이외의 글자가 절대로 들어가선 안 된다는 것. 그림의 격을 떨어뜨리고, 해석의 여지를 협소하게 만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의 생각에도 일리는 있겠지만, 무언가 절대로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괜한 금기는 사람을 그저 위축시킬 뿐이다. 게다가 따져 보면 맞는 말도 아니다. 글자가 들어간 포스터도 얼마든지 훌륭한 그림이 될 수 있고, 해석의 여지가 넓은 그림만 좋은 그림인 것도 아니다. 또 우리의 전통 회화를 살펴보면 시서화처럼 그림에 글을 곁들이던 전통이 강했는데, 그런 그림들에 격이 없다는 말도 사실 무근이다. 문제는 어떤 글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배치하느냐이지, '뭘 해서는 안 된다.'가 아니다. 그 선생 말을 들었다면, 나의 그림들 중 반 이상은 아예 그려지지조차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