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 - 싼마오
2013년 5월 10일~2013년 5월 11일.
도서 대출.
독서토론 정모 (내가 참가한) 3번째 책.
사실 이 시기에 정모에 참가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모임이 한 달에 두 번인데, 나는 자체적(?)으로 한 번만 참가하고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책 소개글을 카페에서 본 순간 마음이 변했다.
제목이 사하라 이야기.
사막은 오래 전부터 나의 동경 세계였다.
한비야의 여행 책에서 말한 그 사막 특유의 감동을 알고 싶었고
여러 할리퀸에서 등장하는 사막의 매력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 다음 책이 일시품절이라 구하기가 힘들어서 다음 모임을 빠지는 게 나을 듯하여
어제서야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오랜만에 우울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고 했지만
실은 사막 생활이 그렇게 유쾌한 것만은 아닌데
작가인 싼마오가 꽤 즐겁게 묘사하고 있었다.
유쾌한 필치라고 해야 하나, 낙천적인 문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산문집이라서 쉽게 읽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그렇게 단순하게 쓰이지 않았을 듯한.
또 중국 고전이나 문학 등에 대해서도 간간히 언급되어 있어 그것도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 서문에는 싼마오의 엄마가 쓴 편지가 있어 상당히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나는 잘 알고 있어.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걸,
아주 진실한 한 번뿐이라는 걸…….
그래서 날이 갈수록 안타까워.
더 용감하고 유쾌하게 인생과 대면하지 못한 게 참 아쉬워."
"결혼 전날에도 일을 하라고?"
보아하니 호세는 미리부터 결혼을 축하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것이었다.
"그럼 뭐 하고 싶은데?"
"당신이랑 영화 보고 싶어. 내일부터 당신은 내 여자 친구가 아니잖아."
그래서 우리는 사막에서 단 하나뿐인 삼류 영화관에 가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았다.
"이 날벌레들은 불을 향해 돌진할 때 극도로 행복하겠지."
본래 사막 태생이 아닌 이 말썽꾸러기 검은 양은, 지루하고 답답하고 유구한 세월을 어떻게든 생동감 있고 다채롭게 보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사하라 사막은 이토록 아름답건만,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와 끈기를 대가로 지불하며 스스로 적응해 가야 했다. 나는 사막을 미워하지 않았다. 다시 사막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작은 좌절을 겪었을 뿐이었다.
사람이란 참 이상하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증명해 주기 전에는 자기 가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작가의 말
(전략)
내 시간들을 원고지처럼 칸칸이 나누어 여러분의 이름과 시간과 약속 장소들로 한 칸 한 칸 채워 넣고 싶지만, 내 능력이 마음을 따라 주지 못하는군요.
사랑하는 친구들, 부디 나의 지금 상황을 이해해 주시고, 우리가 만나지 못하는 것을 애석해하지 말아 주세요. 문학의 본모습은 그걸 읽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 의해 재창조되는 것이랍니다. 책 속에서는 특별해 보일지 모르지만 싼마오는 사실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에요. 나를 직접 보면 여러분은 한없이 실망할걸요.
그러니까 친구들, 여러분이 내 글을 읽을 때 우리는 서로 말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거예요.
(중략)
친구들, 우리는 과거에 서로 알지 못했어요. 지금도 서로 얼굴을 맞대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안다고 꼭 만나는 것도 아니고, 만난다고 해서 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타이베이에 있다고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프리카에 있다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에요. 단지 서로를 이해하고 느낀다면, 하늘 끝에 있어도 이웃이나 마찬가지죠!
여러분의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싼마오는 비록 작은 사람이지만, 마음만은 넓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담아 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나는 이 세상 사람들, 그리고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와 모래 한 알까지도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오래오래, 천리 밖에서도 함께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