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는 아니지만 - 구병모
2013년 3월 5일~2013년 3월 9일.
정모 도서라서 구입.
총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야기.
처음에는 표지가 뭔가 발랄하거나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에 모두 비슷한 감상이었다.
그런데
한 3페이지 쯤 읽기 시작하니까
중간 중간 멈추어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나는 우선 책을 덮었다.
이 책은 이렇게 읽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나름 공들여서 -그리고 시간 안에 읽어야 했으므로-
책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나로서는 독서 토론 모임에 첫 참가인지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것에도 용기가 상당히 필요했지만
나의 선택이 탁월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신의 탁월한 안배인지
다행히 모임 분위기가 내게 맞아서 무척 즐거웠다.
작품 내용에 대한 인상은 전체적으로 무겁고 기괴하고 어렵다는 게 우리의 의견이었다.
뭔가 현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알고 있지만
그게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살고 있는 우리 삶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들이랄까.
표지 제목이기도 한 <고의는 아니지만>이
내게는 두 번째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첫 번째는 처음에 실린 <마치 …같은 이야기> 이게 첫 인상이 강렬해서)
살다보면 고의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데
그 대가가 가혹하다는 게 누군가의 의견이었다.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인데 물론 살다보면 고의는 아니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문제는 그걸 자각하느냐 아니면 끝내 깨닫지 못하느냐
가 아닐까 싶었다.
이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유치원의 보여주기식 교육, 획일화된 교육 문제와 함께
부의 대물림과 부모들의 인식 문제 등등을 떠올리게 해주었는데,
그러한 것들을 개인이 전적으로 책임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회 속에서 개인이 아무 문제의식 없이
혹은 자기 딴에는 잘하고 있는 거라고 믿고 사는 거라면
그렇기 때문에 저자로서는 그게 죽어 마땅한 죄라고 생각해서 결말을 그렇게 한 것이 아닐까?
섬뜩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무척이나 수긍이 가게끔
적절한 결말이었다.
그 이후의 일까지도 말이다.
여기에 나오는 단편들이 공포류 같은 그런 장르의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싹함이나 서늘한 그런 느낌을 주는 이유는
그런 일이 실제로 정말 일어날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환상 소설 같은 단편도 있었지만 그게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되었다.
라고 하는 것이 꽤 설득력이 있어서 책 읽는 중간 중간에 아찔해지는 것이다.
과연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가 있단 말인가.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그리고 또 하나, <조장기>라는 작품에서는 은근히 희망 운동을 풍자하는 게 느껴졌다.
그 동안 나는 희망 운동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을 긍정하는 책들에 대해서 좋게 생각했는데
그 이야이가 어떤 사람에게는 이렇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불평하지 마라.
(사회 문제인데) 네가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거라고 개인 탓하는 사회.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 것인가.
하는 것의 혼란도 느끼고
참고로 책 표지에 적힌 강영숙(소설가)의 추천글이랄까. 그 마지막 줄을 트위터에 트윗했더니
엄청나게 RT가 되어서
사람들이 그런 경향조차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왜 매사에 감사하며 쥐 죽은 듯 살아야 하는데?